[현장] 티메프 판매자·피해자 연합 검은우산 집회 연 이유는…“잊히지 않기 위해서”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큐텐 계열사 플랫폼에서 피해를 입은 피해 판매자 및 피해 소비자들이 13일 오전 티몬 사옥인 서울 신사동 아리지빌딩에 모두 모여 검은 우산을 들었다. 큐텐그룹의 부실하고 부도덕한 경영으로 인해 피해 판매자와 피해 소비자가 각각 받았던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누며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자 뭉친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한뜻으로 모인 이들은 함께 ‘피해자 연합’이라고 칭하며, 100여개의 검은 우산에 플래카드를 함께 붙였다. 피해자 연합을 대표해 마이크를 든 신정권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원장은 “갑작스럽게 닥친 티메프 사태로 피해자 각자의 피해를 수습하느라 경제 행위는 다르지만 피해를 입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입장이 같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에 모인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공동 집회를 통해 피해자 연대의 공동된 주장을 할 것을 밝힌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뜻을 함께 하게 된 배경엔 현업이나 거리상의 제약으로 함께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기에, 실질적인 피해규모를 알리기 위해 연대한 점이 크다. 또한, 피해규모에 적합하고 사회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피해 복구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피해자 연합은 구영배 사단의 악행에 가까운 미정산, 미환불 사태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묻고, 끝까지 수사될 수 있도록 협조할 방침이다. 사태의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 나타난 검은 우산에 붙은 플래카드 문구들은 하나같이 처절했다. “계획범죄 희생양, 빚쟁이된 판매자”, “구영배 구속수사, 집행하라 재산몰수”, “한국정보통신은 소비자에게 환불하라”, “네이버페이, 토스페이는 환불진행, 카카오페이는 묵묵부답, 책임회피”, “소비자의 환불요청은 PG사의 환불의무, 공적자금이 아닌 관련 기관이 책임져라” 등 판매자와 소비자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붙었다.
현장 집회는 판매자·소비자 성명서 발표, 소비자 피해사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판매자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피해 판매자 비대위는 7월 미정산 사태 촉발 직후 카카오톡 오픈톡방에서 소통하기 시작해, 지난달 28일 피해 판매자 긴급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1일 국회 간담회를 통해 피해 판매자의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며 “피해 규모의 정확한 파악과 소통의 단일화를 위해 8월 3일 피해 판매자 비대위를 구성하게 됐고, 같은 날 다시 한 번 국회 간담회를 통해 피해 판매자의 존속을 위한 긴급한 지원책이 하루 빨리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까지 지원 정책은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회생신청 중인 티메프에 채권자로서 대응함과 동시에 미정산 금액에 대한 근본적인 처리방법을 찾아야 하는 등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가 많아 피해복구를 위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피해 소비자 비대위와 연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피해 판매자의 어려움이 가득한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유관 기관에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임시방편 대책이 아닌 근본적 대책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정부, 여야 국회의원들, 전문가 집단 등 각종 관계인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판매자들 역시 성명문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히 티메프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거래의 근간이 무너진 참담한 재난이라고 본 것이다. 피해 판매자 비대위에 따르면 출범 당시 주변 피해 판매자 450여 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약 70여명이 8월에 현금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비대위 내에서도 15%나 되는 수치다.
피해 판매자들을 대신해 성명문을 낭독한 신정권 비대위원장은 “저희 판매자들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24시간 365일 쉴새없이 운영되는 온라인 플랫폼을 지켜보며 매출액의 1~2% 남짓한 수익으로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버텨왔지만, 이제 저희의 삶은 빚더미에 눌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티메프, 구영배 대표 등)에게는 엄중한 수사와 피해 회복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요구되는 바”라고 주장했다.
또한, 판매자들은 정부에서 지원해준다는 ‘긴급경영자금’은 실상 대출일 뿐이며, 그마저도 대출 신청 자격 요건이 너무 높고 대출 한도제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6%에 육박하는 고금리와 짧은 거치기간까지 이번 사태로 힘든 판매자들을 다시 한 번 절망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신 비대위원장은 “높은 대출신청 자격요건과 이미 대출이 있는 경우 한도제한으로 인해 긴급경영자금 대출마저도 신청하지 못한 피해 판매자들이 너무나 많다. 이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저희는 다시 일어나고 싶고 살고 싶다”며 “더불어 저희를 믿고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과 거래처들과 함께하고 싶다. 구영배와 큐텐그룹, 그리고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 판매자들이 진정한 피해 복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국가가 나서서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들이 더 이상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 문제에 대한 여야의 적극적인 관심과 피해 회복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부디 저희의 절박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피해 소비자 역시 피해 복구를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을 대신해 성명문을 읽은 주정연 티메프 피해 소비자 연합 대표는 “일부 상품과 결제처에 환불이 진행됐으나 여전히 더 많은 미환불 피해자가 있음을 알리고 피해자 전체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피해 판매자 비대위와 연대했다”면서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피해 사실을 알리려 노력할 것이며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사, 여행사를 대상으로 확실하고 구체적인 피해 보상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국회에 계신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지난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비판하는 일도, 앞으로의 대책도 필요하다. 다만 최우선 돼야 할 것은 피해 복구다. 어떻게 피해를 복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해달라”며 “목마른 아이를 위해 우물을 파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마실 물 한잔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부디 폭염 속 메마른 피해자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피해 소비자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여행사와 상품권 판매처, 금융사에도 호소했다. 주 대표는 “이 사태의 피해자들은 과거의 고객이었지만 미래의 고객이기도 하다”며 “신용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금융사를 믿고 소비했기에 그 믿음에 대한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행사에게 소비자의 피해 상황을 이용한 영업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작되지 않은 여행 상품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티몬에게 혹은 금융사와 논의 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도망가지 마라”며 “상품권 판매처는 핀번호라는 변명으로 도망가지 말길 바란다. 핀번호를 이용한 구매 활동이 없는 것을 핀번호 부여가 이미 구매라는 논리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일 뿐 해결하거나 책임지려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태가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긴 침체를 겪게 될 것이고 한국 기업보다 외국계 기업이 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부디 피해자들에게 실효적인 복구 방안을 마련해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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