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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M&A, 오버페이 않겠다"던 우리금융… 'M&A 전략'까지 꼬이나 [DD인사이트]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 ⓒ우리금융지주

- 손 전회장 '부당 대출'로 기관 제재 받게 될 경우, M&A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림돌

- "제재 이전에 M&A 마쳐야" 주문 나오지만… 우리금융, M&A 가격협상력에 치명적 약점 노출

- M&A 전략 드러내놓고 행보한 우리금융, 자충수 가능성… 일각선 M&A 실패 관측도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오버페이는 없다"고 연신 강조해왔던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전략이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금융이 그동안 M&A 전략을 자신있게 공표해왔던 가운데,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수백억원대 부정대출 사태로 인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될 경우, M&A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대주주 리스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공공연하게 드러내면서 진행해왔던 M&A 전략이 오히려 스스로 막판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즉,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이번 이번 손 전 회장 건으로 '부당대출 제재'를 받기 전에 서둘러야만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됐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이 주도적으로 가격적인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급한쪽은 이제 우리금융인데 매도자측에서 가격을 순순히 낮춰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수백억원대의 부정 대출 사태가 드러나면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사건으로 기관 제재를 받게 될 경우 M&A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3일에서 2024년 1월16일 기간 중 손 전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는데, 이 중 무려 350억원 가량이 특혜성 부적정 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금융이 M&A를 완주하기 위해선 부정대출 관련 제재를 받기 전 서둘러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 실사 기한을 이달 말까지 늘리고 해당 기간 안에 인수 가격 등을 최종 결정하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라며 "벌써부터 향후 위로금 책정 등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는 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같은 형국은 당초 우리금융이 '매수우위자'로 내세웠던 M&A 전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양새다.

우리금융은 그간 "오버페이는 않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상상인저축은행, 롯데손보 등에 이어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해서도 "언제든 인수전에서 하차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곤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펼쳐지고 있는 분위기는 오히려 '매수 우위자'의 시장보다는 '매도 우위자'에 가까운 형국이다.

최근 우리금융이 처한 상황을 보면 더 이상 추진중인 M&A에 있어 그간 고집해왔던 '가격' 중심의 협상 전략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동양생명은 보험사 매물중에서도 최대어로 꼽히는 우량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굳이 우리금융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다른 금융지주들도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 동양생명에 '호평'… 우리금융 말고도 잠재 인수 경쟁자 많아

동양생명은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이 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5% 증가했다. 보장성위주의 견조한 수익성을 보이며 여러 금융지주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란 전망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증권가에서도 동양생명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리고 있다. 이날 교보증권은 이날 실적개선 기대감을 이유로 동양생명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6300원에서 8000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한편 현재 시장에 이를 대체할 보험사 매물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사 매물로 주로 언급되고 있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은 건정성 혹은 가격적인 이유로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KB금융·신한·하나·농협 등 5대금융 중 유일하게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아 언제까지 보험사 M&A에 손을 놓고 있을 수 많도 없는 실정이다.

시장에선, 공개적으로 M&A 전략을 드러내 보이며 "오버페이는 않겠다"던 우리금융이 과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얼마에 성사시킬지 또는 잠재적인 인수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M&A 실패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M&A 전략을 뒤로하고, '웃돈'을 얹어주면서라도 제대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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