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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단통법 폐지 방향은…“현재로선 단말가격 인하 어려워” (종합)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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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폐지되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되겠습니까”(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

단통법 폐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정부가 큰틀에서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가닥은 잡은 가운데, 학계에선 폐지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하 및 시장 혼선을 막기 위한 법적장치 마련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계도 대승적 차원에서 단통법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폐지에 따른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22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이훈기 의원실 주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특히, 이동통신사와 유통채널을 비롯해 제조사와 알뜰폰 등 단통법과 관련한 모든 시장 내 이해관계자가 모여 의미를 더했다.

단통법은 첫 시행 이후 매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차별을 야기한 유통구조의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원가를 주고, 누구는 반값에 구매하고 있다.

더욱이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이통사 간 경쟁도 사라졌다. 단통법 시행으로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경쟁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이통3사의 점유율도 고착화됐고, 소비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도 더뎌졌다.

◆ 정부, 단통법 폐지 추진 "경쟁 촉진해 가계통신비 인하 유도할 것"

이날 산학연 관계자도 단통법이 그 수명을 다했다면서도 지난 10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든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당초 단통법 도입의 취지를 고려한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선의 방향을 두고선 사업자 간 미세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단말 지원금은 차별적으로 지급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 보조금을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고를 가지고 논쟁하고 있다. (소비자가 지원금에 불만을 가지는)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라며 "내가 지금 사는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2월에는 구체적인 폐지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개정안은 단말 할인(공시지원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유지하면서, 이를 위해 근거 법령을 '단통법'에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 심주섭 과장도 이날 “단통법으로 인해 사업자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위축되고, 이용자 간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축소됐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시장 경제를 활성화하여 이용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측면에서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제조사, 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여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라며 “우리 국민의 절반이 이용하고 있는 선택약정 할인 제도는 법적 근거를 유지하면서도, 지원금 경쟁이 저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가 단말 시장은 그대로…이통사-제조사 단합 구조 깨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제안도

다만 일각에선 이러한 정부 개정안의 실효성을 두고선 의문이 제기됐다. 가계통신비를 인하한다지만 정책이 여전히 통신요금 인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통신비의 한 축을 이루는 고가 위주의 단말기 시장 역시 손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충형(부분적)완전자급제’가 제안됐다.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이동통신서비스 외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것으로, 이통사와 제조사 간 담합 구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완전자급제와 다른 부분은 이통사의 재위탁을 받은 단말판매점에 한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즉, 완전자급제의 장점을 가져가면서도 이통사에서도 통신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금 지급을 허용해 이통사가 서비스가 아닌 지원금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 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에 모토로라 등 중저가 외산 단말기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없었던 가장 큰 배경은 (이통사와 제조사 간) 담합 구조 때문”이라며 “(완전자급제 도입을 통해) 이러한 구조가 깨지게 되면 해외에 있는 가성비 좋은 단말기가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될 것이다”고 말했다.이어 “다만, 어느정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제조업자에 대한 규제를 통해 시장 형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통망 신고제·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제안도…"골목상권 보호, 법에 녹여야"

단통법 폐지와 별개로, 불투명한 유통망에 대한 꾸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유통채널에선 이통사의 리베이트 차등지급이 유통채널 간 차별을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이용자 차별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예컨대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법인(B2B)채널은 대량판매를 전제해 고가의 장려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에만 폰을 판매해야 하는 법인폰을 온라인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하면서 결국 상대적으로 장려금을 적게 받는 타 유통채널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러한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자 최근 이른바 '사전승낙제'를 도입했다. ‘사전승낙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판매점을 대상으로 적격성 여부 등을 심사한 뒤 판매권한을 승낙하고 법령 준수여부 등을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불법 또는 편법 영업,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사업자협회 이사는 “골목상권들에 대한 보호 측면을 법에 어떻게 녹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장 내 부조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사전승낙제가 도입됐지만 판매점에 국한돼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용자 기만 행위에 대해서도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망 신고제를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시 통신시장에서 저렴한 요금제와 자급제 단말기 조합으로 차별을 꾀해왔던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악화도 우려됐다. 이통사가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 경쟁력은 열위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알뜰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우리가 (소비자로부터) 받는 통신요금과, (이동통신사에) 주는 도매대가가 비슷한 규모"라며 "(도매대가를) 낮춰주는 등 (알뜰폰 사업자 스스로) 요금제를 설계하는 등 행정을 하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심주섭 과장은 “통신비 인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중고폰 거래 활성화, 중저가폰 출시 유도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여 국민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단통법 폐지 전 최소 2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가지고 준비가 되고 차질 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단통법 폐지를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으로 고민할 부분은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6G나 AI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키면서, 소비자의 편익은 증대할 수 있는 정책을 어떻게 만들것이냐”라며 “이용자 후생 증대와 통신 시장 성장을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것 이냐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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