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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뇌 비밀까지 파헤치는 구글...'제미나이' 어디까지 쓰이나

이건한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기술과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활용 범위를 소비자 대상 서비스(B2C) 외 연구계 지원 및 의료, 뇌 과학 연구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27일 구글 리서치앳코리아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한 구글리서치 직원들.

구글은 27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리서치앳 코리아' 행사를 개최했다. 구글은 리서치앳 개최를 통해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도시에서 자사의 AI 최신 연구 사례를 공유하고 현지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은 유일하게 2회 연속 개최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리서치앳이 개최된 포시즌스 호텔은 2016년 세계를 뒤흔든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대결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구글은 이날 본행사에 앞서 기자들 대상으로 리서치앳 코리아의 주요 소재인 ▲노트북LM ▲메드-제미나이 ▲커넥토믹스 프로젝트를 본사 직원들이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트북LM

라이자 마틴 구글 리서치 프로덕트 매니저가 발표한 노트북LM은 구글이 직접 개발한 AI 기반 연구 및 글쓰기 보조도구다. 올해 6월 200여개 국가에 정식 출시됐으며,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1.5 프로 기반이다. 35개 언어를 지원한다.

노트북LM은 일종의 개인화 AI 생산성 툴이다. 사용자가 직접 제공하는 자료만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주요 타깃은 학계의 연구자 및 디지털 자료 활용 비중이 높은 직군이다. 주요 특징은 업로드한 자료에 대한 다양한 분석 가이드 제공 및 브리핑 기능이다.

예컨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도 업로드하면 ▲FAQ ▲학습 가이드 ▲목차 ▲타임라인 ▲브리핑 문서 등으로 자동화 생성 기능이 제공되며, 사용자가 직접 자료 내에서 찾고자 하는 내용을 자연어로 질문하면 AI 검색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로 제공해준다. 특히 1개의 소스가 아닌, 최대 50만개의 소스를 스캔할 수 있는 만큼 다량의 연구자료를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이미지 처리를 비롯한 멀티모달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므로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마틴 매니저는 "노트북LM은 연구 외에도 블로그 게시물, SNS 게시물 등 간결한 콘텐츠 외 여러 독창적 콘텐츠 제작을 지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툴이기도 하다"며 "적절한 출처 표시와 추가 탐색 기능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노트북LM에 PDF 보고서를 등록 시 위와 같이 다양한 자동분석 예시가 제공된다.

업로드한 파일에 대해 사용자가 직접 자연어 질문을 입력해 결과물을 받아볼 수도 있다.

메드-제미나이

로리 필그림 구글 리서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발표한 메드-제미나이는 멀티모달 지원 LLM(거대언어모델)을 의료 분야에 적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텍스트 외 이미지, 유전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보고서 생성과 유전체 위험 예측 등 복잡한 의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필그림은 "의료 분야에서 멀티모달 AI가 중요한 이유는 의학이 본질적으로 멀티모달적 복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의사들은 텍스트 외에도 멀티모달 형태의 다양한 신체 신호를 진단, 평가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AI는 기존에도 흉부 엑스레이 분석 등 영상의학 분야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메드-제미나이의 차별점은 다양한 신체 부위에 대한 엑스레이와 초음파 이미지, 텍스트 데이터 분석은 물론, 게놈처럼 복잡다단한 인체 유전체까지 포괄적으로 분석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구글은 메드-제미나이를 2D 의료 데이터, 3D 의료 데이터 양측에 모두 적용해 실제 분석 및 보고서 작성 성능을 테스트 중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필그림은 "메드-제미나이가 작성한 분석 보고서를 현직 의사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로 제공한 결과, 약 72%의 응답자가 원본 보고서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메드-제미나이는 기존 훈련 데이터셋에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한 환자 계층화, 질병 계층화 가능성도 보인 만큼 구글은 메드-제미나이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드 제미나이 프로젝트 개요.

커넥토믹스

리지 도프만 구글 리서치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가 발표한 커넥토믹스(Connectomics)는 AI로 인간의 뇌 구조를 정밀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실제 인간 게놈지도 제작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도프만은 본 프로젝트에 대해 "인간의 뇌는 지구상 어떤 생물과도 차별화된다. 인류는 그동안 뇌 구조를 정밀 분석했지만 여전히 세포 수준에서의 작동법을 완벽히 알아낸 건 아니"라며 "뇌는 860억개의 뉴런을 가지고도 고작 20와트(W) 전구 정도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놀라운 기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도프만에 따르면 커넥토믹스의 목표는 복잡한 배선도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나 많은 선이 엉켜 있는지, 각 선의 종류와 상호 간 연결 등을 알아내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인간의 신경망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매핑하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데이터 해석'이다. 도프만은 "뇌 매핑 연구 중 병목현상을 야기하는 주요 요소는 영상화보단 데이터 해석의 영역"이라며 "현재 동물의 뇌부터 인간의 대뇌피질까지 단일 뉴런 단위의 뇌 작동 방식을 추적 중"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이 연구는 상당히 긴 시일이 소모될 전망이다. 대뇌피질 조직샘플 1입방밀리미터만 해도 전자현미경 이미지 2억장 분량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1.4테라바이트 수준의 로우 데이터가 출력됐다는 후문이다.

커넥토믹스에 대해 설명하는 리지 도프만 구글 리서치 그룹프로덕트 매니저.

도프만은 "큰 맥락에서 인간의 뇌 구조를 다 이해하려면 지금보다 100만배는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하지만 이는 우리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언젠가 알츠하이머나 자폐증 등의 질병을 치료할 방법을 이해하고 찾아내기 위한 필수 여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리서치앳코리아 행사에는 마야 쿨리키 구글 부사장을 비롯해 캐서린 초우 구글 프로덕트 총괄 등 구글 리서치의 글로벌 임원진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국내 학계 및 AI 연구기관, AI 관련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의 AI 연구개발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또한 국내 기업 중에는 LLM 모니터링 및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AI 스타트업 '콕스웨이브' 김기정 대표가 국내 AI 연구 사례를 공유했다. 이와 함께 황성주 카이스트 AI 대학원 교수는 '온디바이스 러닝' 경험 관련 연구 사례를 발표하는 등 산학 전문가들의 다양한 정보 교류와 네트워킹이 진행됐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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