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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NEXT]③ 단통법 없는 시장, 알뜰폰의 생사는

강소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체험공간 '알뜰폰 스퀘어' 모습. [Ⓒ 디지털데일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알뜰폰 체험공간 '알뜰폰 스퀘어' 모습.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시 이동통신시장에서 알뜰폰(MVNO)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통사가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 경쟁력은 열위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업계에선 알뜰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통신사 지원금 경쟁 속 알뜰폰 힘들어지나

기존 단통법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공시지원금(단말할인) 외 유통채널에서 주는 추가지원금을 제한(공시지원금의 15%)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가 유통채널를 통해 소비자에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 제한이 풀리면서 국민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선 단통법의 폐지가 오히려 알뜰폰의 몰락을 야기해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케팅 경쟁에서 이통3사와 비교해 열위에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 내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단통법이 폐지된다 해도 이통3사간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도 이통사가 단통법 폐지 이후 당분간 폐지 이전의 지원금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통사가 알뜰폰에서 자사로 번호이동하는 가입자에 대해 추가적인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까지 배제하긴 어렵다.

실제 최근 일부 이통사에선 알뜰폰에서 자사로 이동한 가입자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일부 이통사의 마케팅비용이 대폭 확대됐는데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동한 가입자에 추가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지난 5월 알뜰폰의 순증 규모는 대폭 줄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서 알뜰폰은 이통3사로부터 1만4451명의 가입자를 뺏어왔는데, 이는 지난 2월 4만5371명의 가입자가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같은기간 3사의 가입자 순감 규모는 감소했다.

5월 이후 이러한 번호이동 흐름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알뜰폰의 순증규모와 이통3사의 순감규모는 축소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SK텔레콤의 경우 9105명의 가입자를,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9594명, 367명의 가입자를 알뜰폰에 뺏겼다. 기존 순감규모가 1~2만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축소된 규모다.

◆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되면 알뜰폰 시장 더 클까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추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휴대폰 가입자 추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폐지에 따른 우려 속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단통법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판매점을 통해 단말기만 판매하는 구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이용자는 단말판매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해 이동통신대리점에서 요금제에 가입해야한다. 지금도 많은 소비자가 11번가·쿠팡 등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말기를 따로 구매한 뒤 알뜰폰 요금제와 결합해 사용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의 경우 단통법 도입에 따른 자급제 시장의 활성화를 발판 삼아 성장했다.

실제 알뜰폰에서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 비중은 압도적이다. 앞서 윤두현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에서 자급제단말기 이용 비중은 2022년 10월 기준 89.55%다. 현재는 90%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자급제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외산 중저가 단말기 역시 다시 유통될 수 있다고 봤다.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200만원대를 오가는 프리미엄 단말을 대신해 외산 중저가폰과 알뜰폰 요금제 결합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뜰폰의 성장이 자급제 단말 시장의 활성화와 무관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개방형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관리 제도(휴대폰 자급제도)는 2012년 5월 이미 도입됐지만, 알뜰폰 가입자는 2014년 단통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알뜰폰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효도폰’ ‘주부폰’ 등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던 아이폰 등 5G(5세대이동통신) 프리미엄 단말의 등장이 주효했다. 애플의 첫 5G폰인 아이폰12가 출시된 2020년을 시작으로, 5G 자급제 단말과 알뜰폰 요금제 결합이 일명 ‘꿀조합’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단말기 가격과 5G 요금제 상승에 따른 부담 증가로 온라인에서 자급제 단말을 구입해 LTE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크게 늘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자급제가 도입되면서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맞으나 자급제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당시 (알뜰폰 사업자들이)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저가 요금제를 내놓는 등 어느정도 가격 경쟁을 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알뜰폰 경쟁력 먼저 확보돼야"독자적 요금 설계, 구조상 한계"

그렇다면 관건은 알뜰폰이 이통사와 차별화된 저렴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느냐다.

당장 알뜰폰 요금제와 직결되는 것은 망 도매대가 인하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이동통신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통신사에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즉, 요금제 원가에서 도매대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알뜰폰 사업자의 협상력에 따라 저렴한 요금제를 낼 수 있는 구조다.

관건은 수익배분형(RS·Revenue Share) 도매대가 인하다. 망 도매대가는 수익배분 방식에 따라 ‘종량형’(RM·Retail Minus)과 ‘수익배분형’(RS·Revenue Share)로 구분되는데, LTE나 5G 요금제에는 요금제 수익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떼주는 RS가 적용된다.

다만, LTE와 5G는 이통사에게도 주력 요금제인 만큼 수익배분율 인하에 인색하다. 2022년 LTE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수익배분 인하율은 1%포인트에 그쳤으며, 지난해에는 도매대가 산정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인하율은 0%였다.

더욱이 당장 내년부턴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 정부는 매년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인하율을 협상해왔다.

물론, 알뜰폰 스스로 협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알뜰폰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저렴한 요금제를 많이 출시해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도매대가를 낮춰야 한다. 즉, 사실상 통신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로는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최근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소비자로부터) 받는 통신요금과, (이동통신사에) 주는 도매대가가 비슷한 규모"라며 "(도매대가를) 낮춰주는 등 (알뜰폰 사업자 스스로) 요금제를 설계하는 등 행정을 하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 알뜰폰과 정부 동상이몽…"새로운 도매대가 산정기준" vs "풀MVNO 활성화"

세종텔레콤이 운영중인 알뜰폰 서비스 브랜드 '스노우맨'. [ⓒ 세종텔레콤 홈페이지]
세종텔레콤이 운영중인 알뜰폰 서비스 브랜드 '스노우맨'. [ⓒ 세종텔레콤 홈페이지]

이에 알뜰폰 업계는 새로운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사용 중인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RM, 소매 가격에서 마케팅비 등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에서 코스트플러스 방식(망 원가에서 일부 설비 비용을 감안해 산정)으로 바꿔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RM 방식은 회피가능비용이 일정부분 고정돼 있다는 점에서 도매대가 인하폭이 정해져 있는 반면, 코스트 플러스 방식은 설비투자비용에 대한 감가상각에 따라 망 원가가 갈수록 감소하기 때문에 도매대가가 더 저렴해질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먼저 망 원가를 공개해야 가능한 부분이기에 산정기준 전환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이동통신사가 알뜰폰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형태로, 알뜰폰이 이통3사 독과점 구조를 깨고 가계통신비 경감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통3사에 휘둘리지 않고 사업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코스트 플러스 방식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핵심은 설비를 갖춘 풀MVNO 활성화로, 이통사로부터 일정용량의 회선을 정액제로 빌리는 ‘대역폭 과금제’등이 인센티브로 거론된다. 많은 대역폭을 빌릴수록, 할인율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다만 당장은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사 계열과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 업체로 풀MVNO로 성장시키기 어려운데다, 이통사 계열에 대해선 시장점유율 제한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즉, 대규모 자본을 갖춘 사업자를 알뜰폰 시장에 끌어들일 유인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소 사업자가 이통3사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알뜰폰 사업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도 지원에 기대어 알뜰폰 사업자가 크는 덴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보고 도매대가 의무제를 일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며 “꼭 요금경쟁이 아니더라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리치마켓 발굴 등을 통해 규모의 경쟁을 만드는 한편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사업체로 변하기 위한 전략이 지금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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