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TSMC를 잡을 방법은 없다…삼성만의 차별화 가져야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며 부흥을 꾀했던 인텔이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이했다. 3년이 지난 이래 멈춰있던 연구개발(R&D)의 시계를 고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외부 고객 유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구조조정과 함께 차세대 공정에서 외부 고객사의 칩을 테스트했으나 실패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의 부진을 두고 '시기를 놓친 결과'라고 진단하는 분위기다. 수년 전부터 더뎌진 R&D의 속도가 AMD에게 추격을 허용하는 계기가 됐고, 오픈AI 투자 실패 등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사업 진출 시기의 때를 놓쳤다. 때늦게 인수한 하바나랩스(현 가우디)가 AI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하기에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너무도 막강하다. CPU와 같은 본 사업은 물론, 파운드리·AI와 같은 신규 사업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추락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대다수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데 활용됐기에 애당초 현재 경쟁 대상이 아니었고, 잠재적인 미래 경쟁의 위협에서 벗어난 정도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정작 인텔 파운드리는 자사 CPU를 TSMC에 빼앗기는 등 내부 매출 비중마저도 줄어들 위기에 처해있었다. 이미 막강한 고객사 풀과 생태계를 구축한 TSMC만이 웃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TSMC를 추격하기엔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류 의견이고, 삼성 파운드리 자체적으로도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안정화와 3D 패키징 등 연구개발(R&D) 및 인력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사내 노조 간 미묘한 신경전이 타 사업부와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장의 큰 변화가 아닌 10년, 2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시장의 융복합화로 TSMC와 기술 격차는 더욱 커졌고, 업무 환경과 기업문화의 변화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초격차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새로운 관점에서 성숙한 기업문화를 쌓으면서도 향후 주류가 될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는 강도 높은 업무 환경과 자체적인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다져왔다. 하지만 파운드리는 자체 공정 향상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또다른 환경"이라면서 "특히 기업문화가 차츰 바뀌고 있어 이전과 같은 업무 환경을 만들기도 어렵다. 이는 소수의 인원이 매일같이 매달려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악조건"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이미 시작된 흐름을 개별 기업이 바꿀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의 창의성을 살리면서도 타 기업과의 협업 모델을 확대해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며 "생태계적 관점에서의 경쟁력이 높여야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목표는 물론, 국가적 산업 발전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 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기틀은 갖춰졌다.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의 모든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크고 작은 국내외 AI 팹리스와의 협력 관계도 두터워지는 덕분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DS)부문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는 다소 진척이 없던 설계자산(IP) 확보나 협력 판도를 넓히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회를 놓친 인텔을 반면교사 삼아, 한 계단씩 나아갈 수 있는 삼성만의 방향성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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