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취재수첩] 망분리 개선, 기술변화 급류 속 필연적 답안

최민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2024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2024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수많은 유수의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조차 호기심과 생산성 향상 등을 이유로 생성AI 활용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기술 변화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고, 이에 올라타려는 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시대를 눈 앞에 두고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주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망분리’다. AI와 클라우드는 외부와의 연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망분리를 채택한 곳은 업무망을 폐쇄망으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기에, 이러한 기술을 접목하기 쉽지 않다.

섬을 예로 들어보자. 섬은 내륙지방과 비교해 외세 침입에 유리한 지형적 특징을 지닌다.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와 섬을 잇는 육해상 통로를 모두 차단한다면,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망분리는 쉽게 말해, 업무망을 ‘섬’처럼 둔 것이다. 외부와 연결되는 인터넷망과 업무망을 분리하고, 업무망은 외부접속을 차단한 폐쇄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대규모 해킹사건 등을 이유로 보안을 강화해야 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에 망분리가 답안이었지만,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현재 획일적인 망분리 정책은 오히려 기술혁신과 보안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1일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2024)’를 통해 공공분야 망분리 개선안을 발표했다.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망분리 등급을 차등화하는 다중보안체계(MLS)를 도입하고, 챗GPT 등 생성AI 서비스와 외부 클라우드 협업도구(SaaS) 등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금융 당국에서도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통해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금융보안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망분리 개선 정책 논의가 시작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망분리 개선에 대한 협의가 모아지는 모습이다. 물론 수년 전부터 망분리 개선 요구는 있었기에,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핀테크 태동, 코로나19에 따른 원격근무 환경 등 변화의 길목에 설 때마다 망분리 개선 목소리는 줄곧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금융업계에 완전한 AI 혁신을 꾀하기엔 아직 부족함은 있다. 금융권 발표 후에도 일부 금융사에선 단순히 챗봇 이용에 불과할 뿐 실제 챗GPT를 기반으로 혁신 금융AI 서비스를 개발하기엔, 고객 정보 등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이슈가 많다고 판단했다. 공공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망분리 개선을 위한 움직임엔 분명한 의의가 있다. 쇄국이 이어질수록 개화가 늦는 법. 망분리라는 울타리에 갇혀 규제만 준수하는 최소한의 방어 정책만 펼쳤던 과거는 뒤로 하고, 이제는 고도화되는 공격과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문을 여는 그림을 기대해본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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