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스팀·에픽 틈새 노려라, 엔씨 ‘퍼플’ 생존법은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자사 게임 위주로 서비스해왔던 플랫폼 ‘퍼플’을 종합 게임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스팀과 에픽게임즈 등 대형 플랫폼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어서, 엔씨는 퍼플의 생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 퍼플로 게임 유통 사업 시작… 엔씨 게임 유입 선순환도 기대
엔씨는 지난 10일 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유통하는 게임 4종을 퍼플을 통해 선보이며 게임 배급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라쳇앤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등의 PC 버전을 순차 출시하고, 이들 게임에 최대 4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퍼플은 엔씨가 2019년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선보인 자체 플랫폼이다. 엔씨는 퍼플을 기존처럼 자사 게임을 글로벌에 선보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다양한 파트너사 게임이나 AAA급 게임을 유통하는 통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해외 개발사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작품을 퍼플에서 퍼블리싱할 가능성도 높다.
퍼플의 변신은 유통 수수료 매출을 신규로 발생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글로벌 접근성을 높이겠단 복안에서 나온 판단으로 풀이된다.
◆ 스팀·에픽게임즈 스토어 건재… 경쟁력 물음표
다만 퍼플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복잡하다.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픽게임즈 스토어 등과 비교해 남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힘들어서다.
게다가 PC 게임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OTT와 달리, 이용자가 직접 구입한 게임을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저장해두고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웬만해선 이용자들의 플랫폼 이동이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 1위 플랫폼 스팀은 동시 접속자수만 약 3300만명에 달한다. 차별화된 매력을 갖췄다고 해도 이용자를 모객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물며 독점작 유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 에픽게임즈 스토어 역시 후발주자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실정이다.
과거 자체 PC 게임 유통망을 내세웠던 마이크로소프트(MS), 일렉트로닉 아츠(EA), 유비소프트 등 게임사들도 현재는 전략을 바꿔 스팀에 게임을 병행 출시하는 처지다.
퍼플의 경우 현재로선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게임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이를 운영하는 엔씨도 게임사로서의 글로벌 인지도나 퍼블리싱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다. 스팀 등 선행주자를 따라잡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 크로스플레이 강점 살릴까? 퍼플 생존 전략은
다만 퍼플의 자체 경쟁력과 엔씨의 개발 역량이 결합될 경우 나름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모바일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권에 특화한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퍼플은 뛰어난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 기능을 자랑한다. 모바일 게임 인기가 특히 높은 아시아 시장에선 남다른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엔씨는 MMORPG 개발에도 일가견이 있다. 향후 자체 차기작 뿐만 아니라, 관련 장르 게임을 퍼블리싱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외 퍼플은 이용자 간 채팅 및 음성 대화 기능뿐 아니라 여러 게임의 동시 구동을 지원하는 스트리밍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 기능을 강화하면 플랫폼 내 유저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등 차별화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엔씨가 당분간은 퍼블리싱 게임들을 배포하면서 퍼플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략적 협업 관계인 소니와 독점작을 유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두둑한 지갑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게임들을 퍼블리싱하면서 게임 플랫폼으로써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퍼플은 모바일-PC 크로스플레이가 핵심인데, 이를 셀링 포인트로 삼아 사업을 전개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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