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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게임’ 허들 넘어라… 엔씨소프트, 넘어져도 전진

문대찬 기자
엔씨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게임 호연. [ⓒ엔씨소프트]
엔씨가 지난달 출시한 신작 게임 호연.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계신 분들과 회사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길 희망한다.”

엔씨 신작 ‘호연’ 개발을 총괄한 고기환 캡틴은 게임 출시 전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그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회사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도 했다. 바깥의 시선에 위축된 엔씨 내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엔씨는 전에 없는 위기에 빠져있다. 창립 후 줄곧 성장을 견인한 대표 IP(지식재산) ‘리니지’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 작년 연간 매출은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1%, 75% 급감했다. 2분기도 영업익이 75% 준 88억원에 그쳤다.

엔씨는 내년까지 대형작 3종을 포함한 신작 5종을 순차 출시해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사 게임에 대한 뿌리깊은 부정 인식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자기복제에 가까운 리니지 IP 답습, 과도한 수익모델(BM) 등으로 인해 지난 몇 년 사이 엔씨를 향한 이용자 신뢰는 바닥을 친 상황이다. 이를 틈타 최근 스트리머들 사이에선 엔씨 게임을 비판하는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지는 경향도 보인다.

엔씨 타이틀이 이제는 게임 플레이를 망설이게 하는 일종의 허들이 됐다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온다. ‘믿고 하는 엔씨 게임’이 아니라 ‘믿고 거르는 엔씨 게임’이 됐다는 것이다. 잘 만든 게임을 내놔도 모객 단계부터 어려움이 발생하니, 흥행 탄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엔씨가 지난해 출시한 PC MMORPG TL. [ⓒ엔씨소프트]
엔씨가 지난해 출시한 PC MMORPG TL. [ⓒ엔씨소프트]

엔씨가 내놓은 해법은 단순하다. 이전 엔씨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주는 신작의 출시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사를 향한 부정 인식을 잘 안다. 새로운 장르 게임을 성공적으로 내서 사랑받는 게임 회사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BM이나 여론에서 탈피한 그런 게임이 올해부터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장통도 만만찮다. 잇따라 내놓은 신작들이 보이지 않는 허들에 걸려 비틀거리는 모습이다. 최근 출시된 ‘쓰론앤리버티(이하 TL)’와 ‘배틀크러쉬’ 등 신작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 선입견을 뒤엎을 만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저조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28일 출시한 호연 역시 초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분위기다. 데이터 플랫폼 회사인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호연은 출시 직후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인기 1위에 오르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유의미한 매출 순위를 기록하진 못했다.

5일 기준 호연은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18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30위에 올라있다. 대만에선 구글 플레이 27위, 애플 앱스토어 49위다. 일본에선 모두 순위권 밖이다.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PC 버전에서의 매출을 반영한다고 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분명 아니다.

호연은 서브컬처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60여종의 캐릭터를 수집해 실시간, 턴제 전투를 오가며 성장하는 재미를 담았다. BM도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타깃층이 정확하지 않고, 게임을 해야 할 충분한 매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탈을 바꿔썼을 뿐, 엔씨가 기존에 선보여왔던 게임들과 궤가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호연을 통해 부정 인식을 뒤집고, 실적 완화를 이루려던 엔씨로선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60여종의 캐릭터를 조합하고 스위칭하는 전투 재미를 담았다. [ⓒ엔씨소프트]
60여종의 캐릭터를 조합하고 스위칭하는 전투 재미를 담았다. [ⓒ엔씨소프트]

업계 일각에선 엔씨 사업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MMORPG를 기반해 결국은 리니지를 연상시키는 신작보다는, 타깃층을 확실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단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호연에 대해 “애매한 시도가 애매한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서브컬처 요소 등 새로운 시도들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엔씨 스타일의 인터페이스와 과금모델이 이용자의 거부감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씨에 반발심리를 가진 게이머들도 많고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도 필요하다”며 “애매하게 기존 스타일에 새로운 시도를 더하는 방식보다는, 투트랙으로 리니지라이크 게임과 새로운 시장 및 이용자를 공략하는 참신한 게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씨는 흥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용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게임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단 각오다. 엔씨는 전날(4일)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한 다양한 개선 사항을 호연에 적용했다. 캐릭터 성장 부담을 낮추고, 전반적인 이용자 경험 개선을 위해 퀘스트 난도를 조정했다. 이외 이용자 건의 사항이 많았던 세부 콘텐츠들도 대폭 개선했다.

엔씨는 이에 앞서 TL에서도 개발자 노트 등을 통해 이용자와 소통, 게임성을 개선하고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부정 인식을 조금씩 바꿔왔다. 내달 1일 글로벌 서비스를 앞두고 진행한 해외 이용자 대상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받아들면서 반등 조짐도 엿보인다. 지난 6월 출시한 배틀크러쉬 역시 출시 한 달만에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변화 의지를 보였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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