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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레벨업]금융사들이 AI로 1000억원 버는 방법…AML 고도화로 리스크 원천차단

오병훈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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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1000억원’ 지난 2020년 기업은행이 미국 금융당국과 합의한 과징금 규모다. 원인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였다.

글로벌 금융 시대인 만큼,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금융사들은 다양한 규제 상황에 맞춰 리스크 대응책을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은 규제 대응 분야에서 핵심으로 꼽히고 있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눈뜨고 코 베일라…AML 고도화 중요성 높아진 이유

AML은 금융사 리스크 관리 핵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불법 자금을 추적하고, 범죄에 사용되는 계좌를 차단함으로써 금융당국 규제에 대응함과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금융사 신뢰를 강화한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는 않는 숨은 위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많은 재원을 동원하게 된다.

그렇다고 AML을 허술히 구축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받는 등 규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 이란과 연관된 1조원대 불법 거래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0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정교하게 조작된 계약서, 고지서 등 서류를 적발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농협은행에서도 지난 2017년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미흡을 이유로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약 110억원대 과징금을 내야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신한은행이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 개선 수준 미흡을 이유로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330억원대 거액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AML 기술을 통해 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과징금 만큼 돈을 벌어들인 셈이 된다. 특히 규제 위반에 따른 과징금 규모가 막대한 미국 등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에서는 AML 시스템 고도화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AI 기술 성장은 금융사 입장에서 획기적인 AML 고도화를 이룩할 수 있는 기회로 해석됐다. 예컨대 AI에 기반한 광학문자판독(OCR) 기술을 활용하면, 서류나 계약서 조작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비정형 데이터로 분류되는 실물 계약서의 조작 여부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AML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고객확인제도(KYC) ▲위험거래 모니터링(STR) ▲위험평가(RA) ▲내부통제(RBA) 등 작업으로 세분화된다. STR은 불법 거래 감시 데이터를 수집해 당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RA는 AML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거래 데이터를 종합해 의심 계좌를 사전 지정하고, 모니터링한다. 마지막으로 RBA는 전사적 위험도를 측정하고 그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체계다.

세부 작업 중 AI 활용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곳은 바로 KYC와 RA다. 기존에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분야 AI 연계 기술이 많았지만, LLM이 등장하면서 KYC나 RA 등에도 활용되는 추세다. 서류 조작 여부, 입력 정보 오류 등을 잡아내는 세밀한 업무에 LLM을 사용해 실제 판매자 상황과 서류 내용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 제재 관련 공시 내용 갈무리[ⓒ미국 뉴욕금융감독청]
신한은행 제재 관련 공시 내용 갈무리[ⓒ미국 뉴욕금융감독청]

◆시중은행부터 핀테크사까지 AML 고도화 열전

신한은행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금세탁 위험도 측정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고위험 의심거래 탐지 정확도를 높였다. 외부 컨설팅을 통한 ‘국외 점포 의심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AML 고도화를 위한 머신러닝 모델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은 의심스러운 거래 가능성을 정량화된 등급수치로만 제공하던 기존 모형을 개선해 의심거래로 판단하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중요도별로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기술(IT)과 금융 결합을 주요 강점으로 내세운 핀테크사에서도 AI를 통한 AML 고도화 연구를 이어간다. 핀테크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 FDS 팀에서는 모든 입출금 거래를 학습해 이상거래 패턴을 확인하는 AI 모델을 채용했다. AI가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의심 거래 탐지 때 FDS팀에 관련 데이터를 전달해 적발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페이에서는 AML 전담 조직을 운영하면서 AI 기반 AML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LLM을 통한 개인 사업자 심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업자 심사 서류 오류 등을 잡아내고, 여타 데이터와 해당 서류 정보가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윤영모 네이버페이 AML팀 리더는 “앞으로는 단순 현금 흐름 뿐 아니라, 가상 자산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자산을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향후에는 현금 외 거래 추적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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