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게임만 악마화”…21만 게이머, 헌법소원 청구로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모든 성인 게임을 열어달라는 게 아니다. 국제 기준이나 다른 매체와 같은 기준을 게임에도 형평하게 적용해달라는 거다.”
게임이용자협회 이철우 협회장(변호사)은 8일 오전 ‘게임산업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소원 의의를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이 협회장과 구독자 약 92만명의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G식백과’ 운영자 김성회씨, 게이머들은 헌법재판소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지난달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물 사전 검열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 청구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영상 업로드 후 해당 헌법소원엔 총 21만750여명의 게이머가 청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헌법재판소 설립 이래 최다 청구인 수로, 기존 기록(2008년 8만5988명)의 2배에 달한다. 이 협회장에 따르면 이외 게임물 관련 사업자 30여명도 목소리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법 제3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에 대한 제작 또는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뉴 단간론파 V3’나 성인 대상 게임물의 등급분류가 거부되거나 차단 되는 사례가 잦아 게이머 불만이 크다.
특히 모방 범죄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콘텐츠에는 이러한 검열이 없거나 수위가 약해 유독 게임에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씨는 이날 “오징어게임이라는 영상 콘텐츠는 세계적인 K-콘텐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징어게임과 유사한 형태의 게임물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며 금지되는 게 현실”이라며 “한국의 영화, 웹툰, 웹소설, 음반 등 콘텐츠 중 게임만 홀로 악마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 문화 콘텐츠 중 유일하게 오직 게임에만 남아있는 법으로 인해 게임 업계인들의 창작의 자유, 게이머들의 문화 향유권이 제한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현 제도는 행복추구권과 문화향유권, 예술창작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게임위 검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명확성의 원칙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이번 헌법소원 주된 배경으로 지목하는 성인용 게임은 사전검열의 폐해를 설명하는 근거 중 하나일 뿐, 전부인 것처럼 매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게임위에선 이번 헌법소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도 증거 자료로 가장 수위 높은 게임 장면을 녹화해서 보냈다고 하더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조악한 프레이밍이다. 성인용 게임은 헌법소원 청구 배경 중 하나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다. 게이머들의 의도를 펌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간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청소년 보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이것이 너무도 과도하게 적용돼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는 게임 등급 분류 민간 기구들로 이러한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위헌 판결시 부작용이 적잖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그럼에도 게임물 사전 검열 제도를 선제적으로 손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야간 통금이 있다면 야간 범죄는 줄어들 거다. 그렇다고 야간 통금을 유지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일시적인 성장통이 있겠지만 옳은 방향이라면 계속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헌법소원이 무산되더라도 20만명에 달하는 게이머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있을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차별적 검열 기준을 철폐하고, 게임이 진정한 문화예술로 자리매김하며 인식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게임물 규제법제에 관한 헌법적 검토’ 보고서에서 문제 조항에 대해 “범죄 폭력 음란 등의 묘사가 어느 수위에 이르러야 지나치다고 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며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보다 상세한 규율을 통해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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