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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가 韓 진출 4년 만에 내놓은 이것…토종 앱에는 왜 없을까 [IT클로즈업]

이나연 기자
[ⓒ 스포티파이]
[ⓒ 스포티파이]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1위인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무료 음원 재생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외 시장과 비교해 사업이 부진했던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무료 음원서비스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대중화된 선택지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이후 부활했다.

왜 한국 음원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찾아보기 어려울까. 업계는 보다 강력한 저작권 보호 정책을 가진 ‘한국 음악시장 특수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튜브 보듯 중간 광고 참으면 음악이 무료

스포티파이는 지난 10일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옵션인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했다. 스포티파이 프리는 전 세계 180개 이상 국가에서 방대한 음원과 팟캐스트를 제공 중이다. 월 7900원에 이용하는 베이식 요금제처럼 음원 전체 분량을 들을 수 있는데, 2~5곡마다 약 30~90초 분량 광고를 들어야 한다. 원하는 노래를 검색해 듣지는 못한다. 플레이리스트를 고르면 스포티파이가 무작위로 순서를 섞어 음악을 재생하는 식이다.

일부 불편과 한계는 존재하나, 고물가 시대 유료 멤버십 정기 구독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회사 자체 집계 결과, 6억2600만명에 달하는 전체 이용자 중 ▲스포티파이 프리 이용자는 3억8000만명 ▲프리미엄 구독자(광고 없는 유료 멤버십)는 2억4600만명 수준이다.

스포티파이가 지난 2021년 한국에 출범할 당시, 기존 운영방침과 다르게 간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프리를 선보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국 음악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저작권 보호가 잘 돼 있는 국가로, 저작권자들이 가장 많은 요율을 돌려받고 있다”며 “사업자가 감안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스포티파이 프리’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

국내에도 ‘공짜 음원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4년 탄생한 후 약 3년 만에 사업을 접은 삼성전자 ‘밀크’와 비트패킹컴퍼니 ‘비트’가 그 사례다. 이들 서비스는 무료 스트리밍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에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음저협)와 계약상 갈등이 생기거나,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서비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탓이다.

예컨대 비트가 냈던 음악 저작권 전송 사용료 경우, 곡당 7.2원으로 일반적인 월정액 스트리밍 사용료의 2배였다. 무료 듣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비용만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위원회, 음원서비스업체, 신탁단체 등 이해관계자는 이전에 없던 광고 기반 무료 음원서비스 과금 기준 정비에 나섰음에도 누적된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스포티파이도 한국에서 광고 기반 무료 음원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한음저협과 최근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황선철 한음저협 국장은 “상세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합의가 잘 됐다”면서도 “과거 상생협의체에서 논의한 광고 및 무료 음원 과금 관련해 결론이 나지 않아 징수 규정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 음원 시장 지각변동 가속되나…업계 ‘주목’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로고 [ⓒ 각 사]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로고 [ⓒ 각 사]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 기반 무료 음원은) 일반 정액제 스트리밍보다 비용과 사업적 측면에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스포티파이는 국내 업체와 달리, 일정 기간 사업 지속가능성을 감당할 여력과 의지가 있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광고 기반 서비스로 성장한 노하우를 보유한 업체인데다, 인지도도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종 음원 플랫폼들이 스포티파이가 일으킬 업계 지각변동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초반 이용자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포티파이가 스포티파이 프리를 출시한 당일 앱 신규 설치 건수가 전일 대비 13.4배 늘었다. 양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음악 부문 순위 역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이용자 수 증가가 토종 플랫폼 이용자 수 감소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스포티파이 앱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평균 40만644명으로 전주(3~9일) 대비 약 30%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 국내 음원 앱 DAU도 전주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기존 경쟁사들과 격차가 큰 편이다. 지난달 한국에서 스포티파이 MAU는 81만9730명이다. 국내 플랫폼인 멜론(693만888명)과 지니뮤직(288만8758명), 플로(217만9131명) 등에 밀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토종 음원 앱들이 유튜브뮤직 아성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유튜브뮤직 MAU는 649만6035명을 기록했다. 2022년 1월 대비 200만명 이상 늘어나 국내 1위 사업자 멜론을 제친 뒤, 현재까지도 순위가 유지 중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구글코리아 ‘유튜브 뮤직끼워팔기’ 의혹 조사에 나선 이후, 1년6개월 만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하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회사 측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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