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심 1년' 보낸 지란지교데이터, 통합관리·AI 전략으로 새 도약 준비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데이터 보호 전문기업 지란지교데이터가 새 대표이사를 맞이한 지 1년이 됐다. 유병완 지란지교데이터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작심(마음을 단단히 먹다는 뜻)'의 시간을 보냈고, 이제는 새 도약을 위한 채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미래를 이끌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데이터 보호 제품군을 연계해 통합관리 체계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흐름에 발맞춘 신규 솔루션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란지교데이터 판교사옥에서 유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목표를 들어봤다.
◆ 입사 24년 장기근속 대표님, 경영철학은 '자율과 책임'
유병완 대표는 지란지교그룹에서 손 꼽히는 장기근속자 중 한 명이다. 1997년 대전 전자상가에서 컴퓨터를 판매하던 그는 지란지교소프트에 제품을 납품할 기회가 생겼고, 그 인연으로 2000년 2월 지란지교소프트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영업팀 대리, 팀장, 사업부장을 거쳤고, 2020년 지란지교데이터 분사에 맞춰 사업본부 총괄이사를 맡다 지난해 9월 대표로 선임됐다.
대표 취임 1주년과 더불어 입사 24년까지 맞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란지교만의 조직문화가 있다. 유 대표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 회사가 직원을 믿고 기회를 준 덕"이라고 말했다. PC 통신 프로그램 '잠들지 않는 시간'부터 SI, 개인정보보호 사업까지 주요 업무를 맡을 때마다 새로운 도전을 지향한 그룹의 문화가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도전을 추구하는 문화는 유병완호 지란지교데이터에도 녹아 있다. 유 대표는 지난 1년간 갖춘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중요한 건 자율과 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는 "입사 이래 자율과 책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후배들에게도 이 가치를 물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율이 계속되면 방임이 될 수 있다"며 "본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운영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 철학을 바로 녹여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2020년 분사 당시 직원 52명으로 시작했지만, 4년 만에 98명 규모로 커진 탓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4% 수준이다.
이에 지란지교데이터는 별도 운영되던 영업과 기술지원 업무를 사업부로 묶는 등 조직개편을 추진해 체질 개선을 마무리했다. 유 대표는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50명과 100명 규모의 기업 운영 방식이 달라야 하기에 체질 개선은 필수"라며 "이제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 작심한 지란지교데이터, 데이터 보호 제품군 '연결 또 연결'
조직 정비가 마무리된 지금, 지란지교데이터는 올해 '작심'이라는 키워드 아래 새 사업 동력을 찾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사업인 데이터 보호 영역에서 장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골자다.
유 대표는 향후 데이터 보호 사업의 판도를 뒤집을 전략으로 '제품 연계'를 꼽았다. 글로벌 보안 기업들 사이에서 핵심 기능과 솔루션을 연결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사업 전략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승부 요인이 분명하다는 취지다. 그는 "주요 고객 중 필터(FILTER) 제품군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각 제품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을 연계해 데이터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웹, 서버, PC 분야에서 데이터 보호 제품군을 모두 확보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필터 시리즈는 ▲데이터유출방지(DLP) 및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피씨필터(PCFILTER) ▲개인정보 및 불건전 게시물 필터링 솔루션 '웹필터(WEBFILTER) ▲웹사이트 개인정보 노출 탐지 솔루션 '웹필터스캔(WFSCAN)' ▲서버 개인정보 진단 솔루션 '서버필터(SERVERFILTER)'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 '아이디필터(IDFILTER)'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필터 솔루션 'AI 필터(AIFILTER)' 등 영역별로 구성돼 있다. 현재 정부와 공공을 비롯해 기업, 의료, 학교 등 약 1만여개 기관과 기업이 필터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유 대표는 "피씨필터에서 위험한 데이터를 찾으면 웹 필터에 알려줘 이를 빠르게 거를 수 있도록 하고, 서버에 노출되면 안 되는 데이터가 올라가 있을 경우 담당자에게 점검을 하도록 알려주는 방식"이라며 "각 영역 간 시너지는 물론, 통합 관리처럼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데이터 보호 수요는 정책 흐름에 따라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망연계 개선 작업이 시작됐고,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주도 다중계층보안(MLS)에 따라 데이터를 등급 별로 분류해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기업들의 데이터 보호 의무 조치도 세분화되고 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데이터 보호 노하우를 결집해 정책 흐름에 맞춰 사업 전략을 재편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과거 교통 단속 카메라가 찍은 데이터를 비식별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련 사업에 마스킹과 같은 보호 솔루션을 납품한 적이 있다"며 "(법 개정이나 정책에 따라) 관련 이슈는 계속 있을 전망"이라고 자신했다.
◆ 핵심 비전 'AI와 확장', LLM 데이터 관리 솔루션 출격 준비
지란지교데이터는 그룹 창립 30주년을 맞아, 'AI와 확장(Expanding with AI)'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을 계기로, 데이터 보호 분야에서도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전략을 구체화한다. 유 대표는 "현재 개인정보 보호 체계는 데이터베이스(DB), 문서 등 데이터와 텍스트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며 "이미지, 영상, 오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늘고 있는데 생성형 AI 발전은 데이터 활용 범위와 보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이미지, 문서 등에 포함된 개인정보와 기밀 정보를 탐지하기 위해 AI 기술을 접목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학문자인식(OCR)과 개체명인식(NER)이 있다. OCR은 이미지에 문자를 추출하는 기술로, 지란지교데이터는 추출 텍스트 속에 포함된 개인 및 기밀정보를 탐지해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NER은 비정형 텍스트를 분석할 때 활용되는 기술로, 포함된 개인정보를 식별해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AI 제품 출시도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지란지교데이터는 내년 초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데이터 관리 솔루션 'AI 웍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유 대표는 "기업에 특화된 LLM을 구현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례로 피씨필터의 경우 데이터를 모두 백업하는 기능이 있는데, 한 곳에 모인 데이터를 학습하게 되면 특정 기업에 맞는 보안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검색증강생성(RAG) 또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란지교데이터는 구독 형태로 반복 매출을 낼 수 있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중심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등 다음 체질 개선을 준비할 방침이다. 유 대표는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수익 모델과 지란지교데이터만의 문화를 정립시키는 것이 필수"라며 "차세대 리더에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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