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구해줘] ② ‘살얼음판’ 머·트·발 속 떠오른 젠테…‘한 끗 차이’는 어디서?
[편집자주] 토종 플랫폼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해외 SNS 사용 시간이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앞지른 지 오래이며, 최근 몇 년간 우상향 실적을 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명품 플랫폼 등 유통업계 역시 다양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해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동력을 얻은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플랫폼 업계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살펴본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명품 플랫폼 업계가 진퇴양난에 놓였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터지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플랫폼 전반에 대한 우려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퍼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및 거래액 기준 1위 발란에 대해선 해외 플랫폼사들의 투자 제안 해프닝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29일 플랫폼·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명품 플랫폼 대표 3사로 꼽히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큰 각광을 받으며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급증했지만, 지배적 점유율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양극화에 다시 내려가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이커머스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명품 카테고리다. 상품 단위가 클 뿐 아니라 마진율이 높아 거래액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할 수 있어서다. 이에 머트발 등 명품 플랫폼 업계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업계 1위 ‘발란’ 고전 지속…돌파구 마련 시급=지난해 트렌비는 32억원, 머스트잇은 79억원, 발란은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가 최근 2년간 명품 플랫폼의 위축 등을 조사한 결과, 명품 플랫폼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이 59% 감소했다.
머트발은 올 1월부터 8월까지의 카드 결제 금액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카드 결제 금액과 견줘 73%, 71%, 61% 각각 줄었다. 특히 명품 플랫폼 업계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발란은 계속된 적자로 인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발란의 연간 영업손실은 ▲2020년 64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374억원 ▲지난해 1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발란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7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미처리결손금은 전년 대비 18.6%(662억원) 늘어난 785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의 미처리결손금은 머스트잇이나 트렌비도 각각 236억원, 654억원 등을 기록 중이다.
발란에게는 최근 투자 제안 해프닝도 있었다. 앞서 발란은 지난 7월 말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리셀 플랫폼 포이즌, 일본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 등이 수백억원대 투자를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투자가 아닌 제안뿐인데도 언론에 일찌감치 알리는 사례는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알리바바그룹 등 해당 기업들은 투자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도 발란에게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을 감사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그런 만큼 현재로선 기업가치를 낮추지 않고서는 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으로도 전해진다.
하지만 발란은 돌파구 마련에 거듭 노력하고 있다. 발란은 쉬인 명품 카테고리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발란 측에 따르면 올 상반기 쉬인과 중국 리셀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 ‘포이즌’(POIZON)으로부터 판매 제휴를 받아 7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본격적인 입점 활동에 돌입했다.
최근 론칭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발란닷컴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발란닷컴은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발란닷컴의 올 3분기 매출은 지난 2분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발란에 따르면 특히 지난 8월 매출은 론칭 첫 달인 5월 대비 3배 수준으로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9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420만명이 왔다갔다.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 지향’ 젠테 급부상…“개성 있는 명품 플랫폼 돼야”=그러나 머트발과 달리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명품 플랫폼도 있다. 바로 젠테다. 지난해 명품 플랫폼 업계 중 최고 실적을 올린 젠테는 ‘부티크 직소싱’을 통해 가품 문제에서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젠테는 올 상반기 매출 330억원, 영업이익 6억2000만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반기 최대 매출과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정승탄 대표가 지닌 다수 경험과 네트워크 영향도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젠테에 따르면 실제로 정 대표는 케이트 스페이드와 이탈리아 가죽 기업 피스톨레시SRL 등 다양한 명품 패션의 경험을 바탕으로 14년간 부티크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젠테는 유럽 현지의 150개 이상의 부티크와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젠테는 기존의 최대 강점이었던 부티크 직소싱을 넘어, 브랜드 직소싱을 통해 프리미엄 온라인 부티크로의 포지셔닝을 굳힐 계획이다. 이처럼 기존 명품 플랫폼들도 온라인 명품 쇼핑 선택지가 이전보다 다양해진 만큼, 더욱 뚜렷한 각자의 색깔을 찾아 생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명품 온라인 시장과 플랫폼 전반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출혈 경쟁보다는 각 업체별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명품 플랫폼이 가진 소비자 인식을 제고해야 하는 노력을 펼쳐야만 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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