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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부활시켜라”…카카오 노사 갈등 씨앗 심은 근무제 개편 [IT클로즈업]

이나연 기자
[ⓒ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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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2년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카카오에서 원격(재택)근무를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작년 초부터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생산성 강화 등을 이유로 전면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 출근 비중을 늘렸는데 유독 카카오 노사 간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카카오가 근무제도에 잦은 변화를 주면서 내부 혼란과 피로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택근무제가 순차적으로 축소되다 최근 폐지된 것이 갈등 핵심이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전날 사내 온·오프라인 간담회 ‘오픈톡’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카카오 공동체(본사·계열사) 노동조합 ‘크루유니언’과 논의 중인 근무제도 내용에 대해 정신아 대표가 직접 회사 입장을 전하고, 직원들에게 관련 질의응답을 받기 위해 마련됐다.

◆노조 “재택근무제 부활시키자” vs 카카오 “집중 업무 시간제 도입하자”

카카오 본사 직원 노조 가입률이 최근 과반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근무제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지속되자 정 대표가 내부 소통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오후 5시부터 7시 40분경까지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화에도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간 논의된 내용들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설명해 주고 크루(임직원)들이 궁금한 내용을 질의응답 하면서 풀어가는 자리였다”며 “현재와 변경되는 내용은 없으며, 합의점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제도 부활은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다. 카카오는 지난해까지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되, 일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오피스 퍼스트’ 제도를 시행하다 올해 초부터 전면 사무실 출근제로 바꿨다.

노조는 조합원 의견을 반영해 올해 임금·단체 협약(임단협)에서 재택근무제 부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사측은 주 1회 재택근무 또는 월 1회 리커버리데이(휴무일) 확대와 함께 집중 업무 시간제인 ‘코워크(Co-work) 타임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코워크 타임제는 스스로 정한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특정 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업무를 하는 방식이다. 노조 측은 업무 유연성 확대 차원에서 재택근무제 재개를 원하는 만큼, 특정 시간대 의무 근무를 지정하는 데 반발했다.

작년 1월 17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가 운영되는 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당시 서승욱 노조 지회장은 “단순히 재택근무가 축소되는 것 때문에 직원들 불만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카카오가 발표한 근무제 역사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이번 근무제 개편에 반대하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월 17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크루유니언 책임과 약속 2023’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가 운영되는 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당시 서승욱 노조 지회장은 “단순히 재택근무가 축소되는 것 때문에 직원들 불만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카카오가 발표한 근무제 역사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이번 근무제 개편에 반대하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거쳐 간 근무제만 4개”…카카오 노조는 왜 근무제 개편에 민감할까

사측으로부터 노조 가입률 50% 달성 사실을 확인받게 될 경우, 근무제 협의는 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무제도 변경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는데, 노조 가입률 과반이 확실시되면 노조 동의가 있어야 근무제도 변경이 가능해서다. 노조는 회사의 재택근무제 축소 기조가 공식화된 작년 초부터 잦은 근무제 개편을 문제 삼아왔다.

카카오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만 해도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후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년 사이 ▲유연근무제 2.0 ▲메타버스 근무제 ▲파일럿 근무제 ▲카카오온 근무제 총 4번의 근무제를 발표했다.

카카오는 2021년 11월 3개월마다 조직 단위로 사무실 근무와 원격근무 중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2.0’을 2022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내 반대에 부딪히자 한 달 뒤인 그해 5월 ‘메타버스 근무제’를 발표했다. 장소 상관없이 음성 채널에 접속하는 동시에 코어타임(집중 근무 시간)을 가지는 이 근무제는 6개월간 테스트를 거쳐 2023년 1월 정식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금방 자취를 감췄다.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하되,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채널에 실시간 접속해야 한다는 점이 일부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근무하는 동안 음성연결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개발한 협업툴인 ‘카카오워크’와 사내 커뮤니티인 ‘아지트’, 메신저 ‘카카오톡’ 등 다수 채널을 써야 한다는 점도 불편으로 지목됐다.

메타버스 근무제가 사라진 자리는 ‘파일럿 근무제’가 채웠다. 파일럿 근무제 경우, 논란이 된 상시 음성연결을 철회하는 대신 코어타임을 도입했다. 2주마다 주 4일 근무를 시행하는 ‘격주 놀금제’도 병행했다.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한 2022년 연말에는 ‘카카오온’ 근무제가 등장했다. 카카오온은 전면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원들 불만을 샀던 코어타임은 해제됐으나 격주 놀금제도는 월 1회로 축소됐다.

다사다난한 근무제 역사를 걸어온 카카오와 달리, 동종업계인 네이버는 임직원에게 근무 시간과 근무 공간 선택권을 주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2년 넘게 운영 중이다.

앞서 네이버는 최수연 대표 취임 이후 2022년 도입한 커넥티드 워크를 내년 상반기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커넥티드 워크는 근무 시간뿐 아니라 근무 공간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다. 직원들은 주 3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타입 O’와 주 5일 완전 원격근무를 하는 ‘타입 R’을 6개월마다 선택한다. 또 정해진 집중 근무 시간이나 하루 최소 근무 시간 없이 평일 오전 6시부터 밤 10시 사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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