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라우드 진단]④ ‘민간 퍼스트’ 외친 공공 클라우드의 이면…“전향적 변화 필요”
최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AI 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정부 또한 얼마 전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AI 시대 클라우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AI 시대 클라우드 기술의 중요성을 원점부터 분석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에 맞선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도전과제를 면밀히 살펴본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2025~2027)’에서 의미 있는 부분 중 하나는, ‘공공 영역의 민간 클라우드화’라는 선언적 원칙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질적 추진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혁신평가에 민간 클라우드 이용실적을 포함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지표에는 민간 클라우드 활용이 강조되도록 개선을 검토하고,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내년부터 민간 클라우드 전환실적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허용한 제1차 클라우드 기본계획(2016~2018)을 시작으로,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로 확대한 제2차 클라우드 기본계획(2019~2021), 그리고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우선이용’을 원칙화한 제3차 클라우드 기본계획(2022~2024)에 이어 단계적 진일보를 보여준다.
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실제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2023년 기준 11.6%로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부문 평가지표에 민간 클라우드 활용성과를 반영하겠다는 것도 대부분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전향적인 정책이라 하기도 어렵다.
늘 부족한 예산도 문제다. 2022년 1786억원이었던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 예산은 지난해 342억원으로 81% 줄었고, 올해 사업 예산은 7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지만 전년 감소분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족한 숫자다. 올해부터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위한 더 고도화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 민간 클라우드보다 정부 클라우드 우선하는 공공기관들
공공 영역은 그동안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한축으로서 클라우드 전환 수요를 이끌어왔지만, 정부·공공기관 일선에선 민간 클라우드를 꺼리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있어 온 게 사실이다. IT인프라에 새롭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보안상 불안감, 정부 자체 클라우드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잔존해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2023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사업 수요정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클라우드를 이용 중인 공공 정보시스템 3100개 중 49.2%가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클라우드(G-클라우드)였고, 36.3%는 기관 자체 클라우드였다.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14.5%에 불과했다.
또한 전년과 비교해 2022년 전체 클라우드 이용은 860개가 늘었는데, 단순히 증가분을 생각하면 국정자원 클라우드 이용은 627개로 가장 많이 늘었고, 자체 클라우드 이용이 129개,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104개로 가장 적게 늘었다. 결국 이 기간 공공부문 클라우드 이용실적을 이끈 건 민간 클라우드가 아니었단 얘기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수요조사(2023년 기준)에선 아예 ‘이용 중인 클라우드 현황’을 정부 클라우드와 민간 클라우드로 따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이후 클라우드 전환 예정 시스템들은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53.8%로 국정자원(17.7%)이나 기관 자체 클라우드(27.1%)보다 앞선다는 점만 확인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대적인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First)’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가 데이터센터 이용이 더 많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말한 대로 올해부터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이 더 늘어난다 해도 1년 사이에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민관협력’ 내세우지만…오히려 민간 클라우드 설자리 줄어
정부는 이러한 민간과 정부 클라우드간 수요 괴리를 좁히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최근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를 강조하고 있다. 행정·공공기관 전용 국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정자원은 지난 대전센터(2005년)와 광주센터(2007년)에 이어 올해 6월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전용 대구센터를 개소해 이러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는 쉽게 말해 대구센터 전산실 일정 공간을 민간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에 임대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선 정부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설비투자 필요성이 줄어들고, 행정·공공기관들도 보안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국가 데이터센터 내 입주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가 오히려 민간 클라우드의 설 자리를 좁히는 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전환 사업은 대구센터 사업으로 상당수 몰리고 있지만, 이미 자체 데이터센터 내에 공공 클라우드 존 구축 등 보안 규제에 맞춰 투자를 다 해놓은 CSP 입장에선 굳이 대구센터를 거쳐야만 주요 공공 사업을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대구센터 역시 정부 인프라를 빌린다곤 하지만 상면임대 비용 외에도 서버·랙 설치와 운영 인력 등 추가 투자를 고려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이번 대구센터 상면임대는 총 8개 컨테인먼트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이 중 4개는 유찰됐다. 애당초 입찰 참여가 가능한 사업자는 총 9곳이었는데도 실제로는 3개사(삼성SDS,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만 참여한 결과다.
◆ “민간 클라우드 장려 위한 더 전향적인 인센티브 필요”
요컨대 정부가 민간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보안상 이유로 필요한 경우에는 G-클라우드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역할을 하는 것이 본래의 방향성이었다면, 실제로는 공공의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이 예상만큼 따라와주지 않는 반면 민관협력이란 명분으로 오히려 G-클라우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게 한계로 지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클라우드 기본계획에서 정부평가에 민간 클라우드 성과를 포함하게 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아직 저조한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을 생각하면 더욱 전향적인 정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며 “민간 클라우드 이용시 더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고, 정부 예산도 대폭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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