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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구속 101일만 석방…정상화 시계 빨라질까

이나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의혹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3개월여만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지난해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한 후 전사적인 쇄신을 위해 전면 등판했지만, 수감 이후 경영활동이 멈춰 선 김범수 위원장이 즉시 복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오후 보석 석방된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보석은 법원이 정한 보증금을 납부하고, 재판 출석 등을 약속하는 등 조건으로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다. 통상 증거 인멸 우려가 없을 때 법원은 보석을 허가한다. 지난 7월23일 구속돼 재판을 받아온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 측은 지난 16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공개수사가 진행된 지 1년 6개월 이상 지났고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도 1년 가까이 진행됐는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구속이 장기간 이어져 골든타임을 놓치면 카카오와 IT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카카오 최종 의사결정권자”라며 “증인들이 대부분 카카오 그룹 임직원들인데 피고인이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으면 그들에게 진술 회유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맞선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카카오는 작년 2월 16∼17일과 27∼28일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사인 하이브 측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아 승인했고, 임원들은 조직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시세 조종성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 경영 복귀 후 카카오 향방은

<strong>[ⓒ 카카오]</strong>
[ⓒ 카카오]

총수 공백으로 일부 제동이 걸렸던 경영 활동도 김 위원장 보석 석방에 따라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카카오와 전 계열사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직만 유지했다. 하지만 SM 시세조종 의혹으로 김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그는 약 1년8개월 만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지휘봉을 잡았다.

카카오 그룹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 역시 김 위원장 지시로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올해 초에는 CA협의체가 김 위원장과 정신아 대표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지난 7월 김 위원장 구속으로 공석이 된 경영쇄신위원장 자리는 정 대표가 대행하는 등 회사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그의 부재에 따른 직간접적 여파를 우려했다.

당장 다음 달 7일 예정된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카오는 직전 분기와 달리 우울한 성적을 받을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 같은 핵심 사업을 제외한 계열사를 정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게임·음악·웹툰 등을 아우르는 콘텐츠 사업 부문 매출이 부진한 것이 그룹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노사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근무제도 개편과 경영쇄신 속 내부 소통 미비, 구조조정 또는 매각 가능성에 따른 고용 불안 등 여러 문제에 목소리 내는 중이다. 카카오 노조 자체 집계에 따르면 최근 노조 가입률은 과반을 넘어 사측 교차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 22~24일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올 하반기 최대 과제였던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와 동명의 자체 AI 모델 10종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재해 실제 수익화 가능성에 의문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고 해도 인수합병 등 새로운 사업 확장이 이뤄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카카오 사법리스크는 경영 통제와 그에 대한 전략 기획이 충분하지 않아 발생한 만큼, 기존 사업을 토대로 조정을 거치는 게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보석으로 막 풀려난 상태에서 신규 사업 확장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앞서 지적된 사업 거버넌스(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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