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가 SM 주식 매입 지시했나”…카카오 전현직 경영진 ‘침묵’
-1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서 1심 1회 공판…김범수, 수의 아닌 정장 차림 등장
-김성수·홍은택·강호중,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전현직 임원들이 첫 공판일인 11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지시 여부 질의에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청사에 도착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는 “김범수 위원장 지시를 받고 주식을 매입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법정으로 올라갔다.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역시 “시세조종 계획 사전에 보고받고 김 위원장이 승인한 거 아니냐”, “정상적인 주식 매입이라는 근거가 뭐냐” 등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취재진이 없는 출입구를 통해 법정에 출석했다. 피고인으로 출석한 김 위원장은 수의 대신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재판 내내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후 2시6분 시작해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공판을 마친 뒤 귀가할 때도 동일한 취재진 질문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 등 전현직 카카오 경영진은 작년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사인 하이브 측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고가 매수 주문, 물량 소진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방법을 통해 작년 2월 16~17일, 27~28일 총 나흘 동안 총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매입하는 데 약 2400억원을 썼다는 게 검찰 측 시각이다. 이후 하이브가 물러서면서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법조계는 이날 시작한 1심 공판만 최소 수개월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검찰이 방대한 양의 증거자료를 토대로 사건 증인들에 대한 집중 신문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카카오 측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3심까지 전 과정은 최소 3~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카오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면서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 주주 우려가 많을 것”이라며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이 이끄는 모든 서비스가 차질 없이 운영되고 서비스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을 지킬 수 있도록 그룹사 경영진과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 사법 리스크가 기약 없이 장기화한 데 따라 글로벌 사업을 비롯한 인공지능(AI) 사업, 조직 쇄신에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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