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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넘은 조직내 갈등… KB국민은행 ‘차세대 IT’사업, 표류 원인? [진단②]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차세대 전산시스템 같은 대형 IT사업을 하면서 조직내 일사불란한 거버넌스(지휘체계)가 없었다는 것이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

은행권 CIO(최고정보화담당)를 역임한 한 전문가는 KB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사업 표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버넌스 문제를 꼽았다.

지난 7월말 끝난 KB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사업인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옴에 따라 이의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KB국민은행 내에 ‘IBM 메인프레임 지지파’와 ‘오픈 환경 지지파’간 갈등 구조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기존 IT조직과 차세대 프로젝트를 위해 영입한 외부 전문가간 갈등이 더해져 조직의 난맥상이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KB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차세대 전산 사업을 놓고 ‘조직내 갈등설’이 본격 불거진 것은 지난해 중반. ‘코어 넥스트(Core Next)’로 명명된 2단계 사업이 막 시작될 시점이다.

지난해 초, 새 코어뱅킹패키지로 영국 소트머신의 ‘볼트코어’(Vault Core)를 선정한 국민은행은 이후 지난해 5월께 KB금융 지주사(IT‧디지털부문)와 국민은행 테크그룹 인사들로 팀을 꾸려 볼트코어를 적용하고 있는 영국의 로이드와 미국 JP모건체이스 두 은행을 방문해 운영상황을 벤치마킹했다.

해당 내용은 당시 윤종규 회장에게 직접 보고됐는데 이후 갑자기 ‘코어뱅킹 현대화사업 전면 백지화’ 얘기가 돌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국민은행 CIO 등의 의견이 배제됐다는 것. 이후 패싱 논란으로 이어졌고 외부영입 전문가 그룹과 내부 IT조직내 갈등설이 표면화되는 모양새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윤종규 회장이 직접 KB금융지주 IT ‧디지털부문 총괄, 국민은행 CIO 등을 2차례에 걸쳐 소집,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지난해 11월,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이 취임했고 이어진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국민은행 CIO도 교체되는 등 차세대 프로젝트 실무 라인에도 다소 변화가 있었다.

양종희 회장이 지난 2022년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IT‧디지털 부문장을 맡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협화음을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2단계 사업 보고서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여기에는 어느 정도 양종희 회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2단계 사업에 대한 200개 체크리스트(평가항목)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볼 것인가 기준에 따른 문제”라며 “100점을 기대했다면 80점도 나쁜 결과일 수 있다.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평가했는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 사업 평가 결과’를 놓고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현격한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3단계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조직내 해묵은 불협화음을 방치하고서는 코어뱅킹 현대화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제대로 된 거버넌스 정립’이 바로 양종희 회장의 가장 큰 숙제이자 KB금융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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