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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사?" 금감원, 이번엔 농협중앙회 현장점검… "금융권 길들이기냐" 볼멘소리

강기훈 기자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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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에 검사 인력을 투입해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이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KB금융지주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검사를 벌인 데 이어 우리금융 정기검사 또한 연장해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국이 금융권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분상으론 맞을지 몰라도 검사 빈도수가 너무 많고 강도가 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농협중앙회에 검사 인력을 파견해 대대적인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이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2금융권 가계부채 점검 계획을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며 "점검 기한을 따로 두지 않고 가계대출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앙회를 포함한 제2금융권 점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2금융권에서 가계부채가 불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0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10월 기준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9월 대비 2조7000억원 불어났다. 전월엔 3000억원 줄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이 중 절반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급전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부채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이자 금감원이 중앙회를 시작으로 제2금융권 현장검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이 금융권 검사에 있어 광폭행보를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월 22일부터 금감원은 KB금융과 KB국민은행에 약 30여 명의 검사 인력을 파견해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올해 발생한 3차례 배임 사고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를 집중적으로 검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중순에 끝났어야 할 정기검사는 한 차례 연장돼 11월 1일에서야 끝났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구 부코핀 은행)의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추가적으로 들여달 부분이 있어 검사를 연장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달 4일 KB증권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현장검사를 이어갔다.

KB증권이 고려아연 유상증자의 공동모집주선회사로 선정됐는데 유증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KB증권 역시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 또한 금감원이 휘두르는 사정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6주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2주 가량 검사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건을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나 검사 진도 상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본 비율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검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거침없는 사정행보를 놓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한 후로 검사 빈도수와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다. 검사 명분은 이해하지만 너무 과도해 금융권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권 정기검사의 경우 3년에 한 번씩은 진행해왔길래 이해한다"면서도 "6주 안에 충분히 검사를 할 수 있는데도 너무 빈번하게 검사가 연장되고 있어 금융권 안팎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중앙회를 대상으로 기한없는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 건 중앙회나 새마을금고보단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며 "이 같은 검사는 금융권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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