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수백억 과징금 제재 뒤 불복 행정소송…카카오 앞날은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카카오 그룹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행정소송이 일어나고 있다. 카카오와 주력 계열사들에 최대 수백억대 과징금 철퇴가 잇따른 데 따른 후속 조치 차원이다. 최근 2년간 카카오 그룹에 잠정 확정된 과징금은 약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카카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1305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업계는 회사가 짊어지게 될 금전적인 부담 자체보다 카카오 브랜드와 서비스가 입는 직간접적 치명타에 주목한다.
1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과 시정명령에 대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자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운영사 카카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이어 지난 5월 카카오에 대해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과징금 151억4196만원을, 안전 조치 의무와 유출 신고·통지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78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이었다. 당시 카카오는 “유출된 정보가 회원 일련번호와 임시 아이디일 뿐 개인정보로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 및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카카오는 본사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들까지 규제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대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2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달 초에는 우티(우버택시)·타다 등 ‘경쟁사 콜 차단’ 혐의에 잠정 과징금 724억원을 받았다.
지난 2년간 카카오모빌리티가 받은 과징금 규모는 약 1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회사의 3개년(2021~2023년) 영업이익(약 708억원) 총합보다 많다. 회사는 대규모 과징금 제재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6일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거래위원회가 ‘매출 부풀리기(분식회계)’ 의혹에 중징계를 결정하고, 법인과 대표 등에 과징금 총 41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애초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과징금 90억원과 대표 해임 권고와 같은 최악의 제재는 피한 만큼, 이번에 법적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회사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및 ‘경쟁사 가맹택시 콜 차단’을 조사 중인 데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심의자료도 전달받을 예정이라 추가적인 제재 불씨는 남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당선 작가들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과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공정위로부터 5억4000만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카카오엔터는 이같은 제재에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다.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경우, 소비자에 ‘중도해지’ 신청 관련 안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월 과징금 9800만원을 받았다. 카카오엔터는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중도해지 안내 및 고지를 충분히 하고 있었다며 반발했다.
그로부터 한 달 만인 지난 2월에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현 멜론 운영사는 카카오엔터지만, 행정소송은 지난 2021년 9월 이전까지 멜론을 운영해 공정위 제재 대상이 된 카카오가 제기했다.
카카오페이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부터 6년여간 4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의 개인신용정보(카카오 계정 ID와 전화번호 등)를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인 중국 알리페이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재판 중인 상황에 그룹사 전반에 뻗친 사법 리스크마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향후 회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규제법제연구센터장은 “규제 당국이 현행법에 근거해 과징금을 내린 만큼, 기업이 승소한다고 해도 일부 감액되는 수준일 뿐 제재가 전면 취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액수가 카카오 성장 기반을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승소 여부에 상관없이 잃어버린 신뢰와 부정적인 인식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소송을 통해 최종 과징금 등을 다투는 것은 남은 법적 절차일 뿐”이라며 “중요한 건 이미 정부 처분이 내려졌고 일반 소비자와 이용자들의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년이 지나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도 사람들은 소송 과정과 결과를 잘 모른다”며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유출 이슈만 놓고 봐도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사용자 불안을 해소할 만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야 하나, 시장에 그런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카카오 애로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 이후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 협약계열사의 준법·신뢰경영을 지원하는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는 카카오 그룹이 준신위 권고에 따라 투자 책임감을 높이고, 감사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 및 감사 관련 준칙’을 정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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