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곧 AI 최대 수요자"... AI와 일하는 국가 구현 방안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요즘 주요 선진국들은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의 최대 수요자라는 입장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이로써 자국 내 AI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형태로 AI가 정부 혁신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세현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와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정부혁신 미래전략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도 국가 AI 전면화 차원에서 2030년까지 공공 부문 AI 활용 비중을 95%까지 높일 계획이 있다. 이를 통해 AI 자동화 기반의 업무 효율성 제고, 과학적 형태의 의사결정 보완 및 신속성 제고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AI를 활용하는 정부는 기존의 전통적 관료제와 다른 '알고리즘 관료제' 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이 조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전통적 관료제는 정보를 전달받고 결정할 때 규칙과 적격성 여부 등 '절차'를 강조했다면, 알고리즘 관료제는 AI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이런 과정이 정책 수요자와 정책적 맥락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어서 여기에 필요한 시스템적 변화는 공무원 개인의 전문지식이 아닌, 집단지성의 지식이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실시간 데이터 저장고'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 모두가 각종 업무와 정책 결정을 효율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런 변화를 앞둔 공무원들의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른 국내 공무원들의 AI 활용 기대감은 중간 수준보다 높았고, 올해는 이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특히 공무원들은 AI를 이용해 최적화된 행정 서비스 제공이나 위험상황 대응, 시간과 비용 절약, 정책 결정 및 집행의 품질 향상에 높은 기대를 거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도 있었다. 이는 공통적으로 AI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나 민감정보 유출, AI 오작동이나 데이터 오류로 인한 안전성 문제, 책임 소재 판단의 어려움, 알고리즘 복잡성에 따른 정책 투명성이나 공정성 저하 등이 꼽혔다.
이에 조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AI에 기반한 행정이 효율성과 신속성을 제고하겠지만, 그 장점을 누리려면 예상되는 위험성 해소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공무원 AI 활용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발전 방향으론 '작은 사례부터 큰 사례로' 나아가는 점진적 AI 접근법이 제시됐다. 또한 앞서 공무원에 대한 AI 역량 강화를 실시하고, 적용 사례를 하나하나 축적 후 큰 사례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AI 혁신 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다각적인 측면에서 정부 AI 거버넌스 구축과 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 AI 섹터 딜(Sector deal) 전략을 도입해 전방위적 AI 지원을 강화하고 2019년에는 AI 활용이 유용한 영역 진단을 위한 공공부문 AI 활용지침을 발간했다. 또한 2021년, 10년짜리 국가 AI 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1월에는 정부를 위한 생성형 AI 프레임워크까지 발표하는 등 AI 거버넌스 강화 노력을 지속적이고 신속하게 이뤄가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영국처럼 일찍이 국가 AI 전략을 강화 중인 나라다. 2019년 교육, 의료, 안전 및 보안 분야의 국가 AI 프로젝트를 실시함으로써 스마트시티 공공 서비스 제공을 위한 AI 챗봇 서비스, 여권 제시 없는 자동입국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또한 생성형 AI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국가 전략도 업데이트한 국가 AI 전략 2.0을 발표하고 활용도 높은 사용 사례에 대한 예산 지원과 데이터 공유 촉진 등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직급별로 차별화된 AI 역량 교육을 통한 공무원 AI 역량 수준 제고 노력도 이어가는 등 다양한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외에 AI 최선도국으로 꼽히는 미국도 정부 내 AI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대통령과 의회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에 대한 법령 및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2023년 미국 정부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23개 연방기관 중 20개 기관이 이미 1200여개의 AI 활용 사례를 실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포럼 환영사를 담당한 권혁주 한국행정연구원장은 "민간에서도 AI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공공부문도 마중물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나아가 공공은 이제 단순한 AI 혁신이나 효율성을 위해서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권리 보호와 신뢰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과제를 갖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명석 행정안전부 정부혁신국장은 "최근 OECD 회의를 가보니 이젠 유럽연합(EU)도 미국과 다른 형태로 AI 시대 준비에 나선 모습이었고, 이에 따라 우리도 AI 주권이란 차원에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때임을 실감했다"며 "특히 공공 부문이 이를 선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행안부도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이다. 오늘 포럼 등에서 나오는 현장의 의견도 잘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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