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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도 배터리도 핵심은 '안전'…배터리관리·분석 칩 경쟁 가속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14일 충남 아산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화재로 불탄 벤츠 전기차 [ⓒ연합뉴스]
14일 충남 아산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화재로 불탄 벤츠 전기차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잇따른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의 온도 및 안전성을 점검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면서 이를 개발해 관련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삼원계 중심 배터리 로드맵을 지속하는 만큼, 이 시장 수요를 노린 글로벌 칩 설계 기업(팹리스) 간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아나로그디바이스(ADI)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관련 시장의 주도권을 우선적으로 잡은 가운데,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팹리스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이다. 현재 오토실리콘이 배터리관리칩(BMIC)과 배터리분석칩(BDIC)을 개발하며 관련 시장 진출에 나선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남 아산시의 한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충전 중이던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4MATIC 모델에서 불이 난 탓이다. 다행히 배터리 열폭주가 일어나지 않으며 차량이 전소되지 않았고, 추가적인 인명 및 시설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열폭주는 내부 인화성 물질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 과정에서 전류가 증가하면서 열적 불안정 상태를 높여 결국 폭발에 이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배터리는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이 직접 맞닿을 경우 내부 단락(쇼트)이 일어나면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두개의 전극 간 사이를 분리막으로 나누고 있어 단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외부 충격이나 지속적인 충·방전에 따른 열화로 내부 결정 현상 등이 발생하면 분리막이 손상되면 단락이 발생, 인화성 물질인 전해액을 타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파우치형 리튬 황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리튬 황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 불안정한 NCM에도 개발 지속…안전성 고도화 택한 K-배터리 3사

통상 순수 배터리전기차(BEV) 화재 사고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낮은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화재 이후 배터리 열폭주가 발생한다면 차량 폭발로 인한 연쇄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데다, 밀폐된 지하주차장 등의 경우 해당 공간 전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서다.

배터리 화재에 대한 원인을 쉽게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도 리스크다. 배터리 제조 시 분리막 밀림이나 단락과 같은 불량 발생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있지만, 지속적인 충방전에 따른 열화나 패키징 과정에서의 불량, 외부 충격에 따른 배터리 손상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서다. 특히 화재 발생 이후 차량, 배터리가 전소하는 탓에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재가 층상구조로 불안정한 NCM 대비 발화 가능성이 낮은 데다, 발화 시에도 열폭주로 이어질 우려가 낮아 큰 화재로 번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에서는 높은 무게와 낮은 에너지밀도, 떨어지는 동절기 주행 효율 등이 한계로 지적돼왔으나 이를 극복할 보완 기술이 마련되면서 배터리 시장의 주요 케미스트리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삼원계 기반의 배터리 전략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국내 3사는 지난 2022년 이후 잇따라 LFP 배터리 개발을 내걸며 관련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나, 예정된 생산 규모와 투자를 분석해볼 때 주력 매출처로 활용할 계획은 매우 낮다. 중국이 관련 공급망을 장악한 탓에 원가 경쟁에서 밀릴 뿐더러, 에너지 측면의 한계로 프리미엄 세그먼트향 배터리는 여전히 삼원계가 주력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이들의 대다수 공장이 NCM 기반 생산라인으로 이뤄진 것도 LFP로의 전환이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배터리 내부에 단락에 따른 열폭주를 억제하는 신소재를 적용하고, 사전·사후 열폭주 감지 및 제어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냉각판 적용과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현상(Swelling)을 예방하기 위한 가스 배출구 설계 등을 통해서다.

BMS의 고도화 역시 NCM 등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방안 중 하나다. 기존 BMS는 배터리팩에 대한 제어를 담당하거나 화재 예방에 큰 영향이 없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를 고도화하면 실시간 전류·전압·온도 측정 및 발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어 점진적인 배터리 안정성 개선이 가능한 덕분이다.

특히 BMS를 통한 화재 원인이나 발화 시 분석 데이터가 늘면 늘수록 이를 고려한 배터리 개발이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고도화를 진행한다면 삼원계 배터리는 물론, LFP 등 타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발화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토실리콘이 출시한 BDIC [ⓒ오토실리콘]
오토실리콘이 출시한 BDIC [ⓒ오토실리콘]

◆ BMS용 칩 개발의 핵심 기업은…美 ADI·TI와 경합한 韓 팹리스

현재 BMS에 탑재되는 배터리관리칩(BMIC)을 주력으로 공급하는 업체는 아나로그디바이스(ADI),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네덜란드 NXP 등 레거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기존에 갖춘 전력관리반도체(PMIC)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고객사에 BMIC 칩을 납품하고 있다.

이중 ADI는 지난 6월 LG에너지솔루션과 BMS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관련 시장 선점 속도를 높이고 있다. ADI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배터리 제조·BMS 역량과 자사의 임피던스 측정 기술을 결합해 배터리 관리 통합 솔루션(BMTS)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국내에서는 오토실리콘이 BMIC 개발과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토실리콘은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팹리스인 텔레칩스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PMIC 전문 팹리스 어보브반도체가 2018년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오토실리콘은 지난 2022년 SK온과 함께 BMIC를 공동 개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고, 최근에는 화재 예방 성능 확보를 위한 BMIC의 고도화를 위한 차세대 칩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오토실리콘은 배터리 불량 검출 등 안전성 개선을 위한 배터리진단칩(BDIC) 개발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배터리 온도 등을 제어하는 BMIC뿐 아니라 사전 진단을 통해 화재 예방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BDIC가 상용화될 경우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응용처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 공정으로도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배터리 생산 공정 중에는 내부 단락·결함을 찾는 3D CT 장비나 외부 결함 검사기 등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로, 이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BDIC를 활용한 설비가 갖춰질 경우 기존 검사장비의 소형화는 물론, 원가 절감 등 비용적 이점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다.

오토실리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BDIC를 통해 큰 장비로 진행해왔던 검사를 칩 하나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테스트 가능한 설비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며 "BDIC 역시 전기차 탑재가 최종적인 목표지만, 배터리가 안정화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해 실시간 진단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배터리 양산 공정과 배터리 팩 최종 검사(Final test)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향후에는 중고차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분야에서도 배터리 잔존가치 확인 등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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