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 강풀표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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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조명가게에 불이 켜지면 그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처음 보는 이에게 말을 걸고 휴대폰을 빌려주는 호의를 베풀기도 하며 때로는 전구를 사기 위해 매일 같이 조명가게를 들른다. 정전으로 어두워진 방 안에서 플래시를 비춘 채 머리를 감다가 자신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을 발견하고 캄캄한 골목길을 빠져 나가지 못한 채 방황하기도 한다.
이는 다음달 4일 공개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내용의 일부분이다. 디즈니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진행된 '디즈니 쇼케이스 2024'를 통해 약 30분 분량의 조명가게 영상을 국내외 취재진에게 공개한 바 있다.
첫 장면은 '현민(엄태구 분)'과 '지영(김설현 분)'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비 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우두커니 기다리는 지영을 본 현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휴대폰을 빌려주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사용을 망설이다 집으로 가자는 그의 제안을 고민도 없이 수락한다.
하교길마다 조명가게를 들러 전구를 사는 '현주(신은수 분)'는 어느 날부터 말이 없는 엄마 '유희(이정은 분)'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갑자기 정전이 된 집에서 샤워를 하다 인기척을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란 '선해(김민하 분)'는 무언가 다른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되고 섬뜩한 기분이 든다.
엘리베이터에 탄 채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승원(박혁권 분)'과 그에게 공포를 느끼는 중환자 병동의 간호사 '영지(박보영 분)'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조명가게에서 바라보는 '원영(주지훈 분)'은 어째서인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전구를 닦으며 손님들을 맞이한다.
30여분간 공개된 영상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둔 채 다음 일어날 일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는 웹툰 원작자이자 드라마의 각본가로 각색에 참여한 강풀 작가의 의도적인 설정으로 읽힌다. 쇼케이스 당시 강풀 작가는 원작과 영상의 차이에 대해 "13년전 조명가게를 연재했을 당시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나 의미까지 영상으로 만들어져 원작보다 더 (이야기가) 풍성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영상화된 조명가게는 원작 웹툰과 다른 설정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웹툰에서 중년층으로 묘사했던 조명가게의 주인 역할을 주지훈이 맡았는 데 선글라스를 쓰거나 무게감 있는 말투 등의 설정이 더해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강동조명'이었던 웹툰 속 조명가게 간판은 '조명가게'로 설정돼 한층 직관적으로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원작에서 대화를 나눈 후 잠깐 스쳐갔던 승원과 영지의 경우, 영상으로 제작되면서 색다른 서사가 추가됐다. 엘리베이터에 탄 승원이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자 그 눈물이 밀폐된 공간을 물바다로 만들고 졸지에 영지는 잠수를 하게 되는 설정이다. 승원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원작 웹툰과 같은 '미안함'의 의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극 중 현주와 손을 잡고 골목길을 지나는 묘령의 여인 '혜원(김선화 분)'은 웹툰에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로, 호러 장르의 묘미를 살리기 위한 극적 장치로 활용된다. 아직 본편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어떤 서사가 있을 지 궁금증을 더한다.
주목할 점은 배성우 배우가 연기하는 형사 역이다. 티저 예고편에 공개됐던 형사 역은 원작에서도 마지막화에 등장하는 '양성식'이라는 캐릭터로, 강풀 작가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여기에서 '강풀 유니버스'의 확징이 예상되는데 양성식이란 캐릭터는 '강풀 작가의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아파트, 타이밍, 이웃사람, 어게인, 조명가게)' 웹툰 시리즈에 등장하는가 하면 '무빙'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화된 무빙에선 양성식이 등장하진 않지만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 '영탁(웹툰 타이밍 주인공)'이 짧게 스쳐간 점을 감안하면 추후 제작될 무빙 시즌2 등에서 강풀 유니버스 캐릭터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조명가게에 양성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 것도 강풀 유니버스의 확대와 맞물린다. 외형적으로는 형사보단 주지훈이 맡은 원영이 원작의 양성식에 가깝기에 '원영'이란 캐릭터가 강풀 유니버스의 단골 손님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짙은 선글라스와 씁쓸한 말투는 강풀 웹툰에 등장한 양성식을 연상케 한다.
강풀 유니버스의 확장과 관련 콘텐츠의 흥행은 '디즈니+' 유입층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OTT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1180만명) ▲쿠팡플레이(761만명) ▲티빙(705만명) ▲웨이브(260만명) ▲디즈니+(224만명) ▲왓챠(60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무빙' 공개 후 같은 해 9월 디즈니+의 국내 MAU가 440만명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무빙 급의 '킬러 콘텐츠 흥행작'이 나올 경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연 조명가게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시즌2가 공개되는 다음달 26일 전까지 국내 시청층을 확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강풀 유니버스 확장의 시초가 될 지 모르는 조명가게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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