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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요원해진 AI법 입법…업계 “과도한 사실조사 범위 등 허점 재논의해야”

오병훈 기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왼쪽부터), 천하람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령 사태에 이은 범야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상정 추진 등 소용돌이 정국이 지속되면서 AI기본법 연내 통과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국내 AI 업계에서는 이를 기회 삼아 AI기본법 내 과도한 규제 사항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오는 9일 고유법 심사 및 법률안 심사 일정을 진행한다. 당초 예정됐던 타상임위법 심사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AI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결의된 제정법으로 법사위의 타상임위법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AI기본법 연내 통과는 요원해진 셈이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및 정부부처가 합심해 AI기본법 연내 통과를 목표로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과방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큰 이견 없이 의결,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통과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야기한 비상계엄령 사태, 범야권 6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등 중대 사안으로 관련 일정이 순연되면서 통과 시점은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특히 오는 7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본회의 의결이 예정돼 있는 상황, 여당에서도 탄핵 찬성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서 200표를 넘겨 의결되면 탄핵 과정에 탄력이 붙으며 사실상 여타 법안에 대한 논의는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헌법재판소의 판결 및 재 선거 등 일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내년초까지도 AI기본법을 포함한 산업 관련 입법 논의는 밀려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AI업계에서는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AI기본법을 성급하게 입법하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다시 살펴보고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AI 기본법 내 40조에 해당하는 ‘사실조사’ 조항이다. 40조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일정 상황에서 AI사업자에 대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사실조사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법에서 제시한 상황은 두 가지, ①AI기본법에 위반되는 사항을 발견하거나 혐의가 있음을 알게 된 경우 ②이 법의 위반에 대한 신고를 받거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다. 이때 단순히 이 법의 위반에 대한 신고를 받거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까지 사실조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지나치게 느슨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IT 관련 법안 중 여타 법안과 비교하면 사실조사 요건이 비교적 포괄적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전기통신사업법’ 내 사실조사 내용을 담은 51조에는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요건이 달려있다.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30조에서도 ‘이 법을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 사실조사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AI 업계 관계자는 “단순 민원 접수로 현장 조사 실시가 가능하게 되면 조사권 오남용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또, 타법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꼭 다시 뜯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실조사 대상에 대한 권리보호 조항이 누락된 것도 지적 대상이 됐다. 구체적으로는 ▲조사 계획 통보 ▲관계인 입회 ▲조사 증표 지참 등 조사 절차 규정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비교한 전기통신사업법 및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도 영장 제시, 사전 통지 등 최소한의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며 “조사 실시 요건을 위반 행위 인정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피조사자 권리 조항 추가를 통한 법 체계적 문제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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