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속지 않으려면 속아야 한다: AI 교과서와 기만의 시대

칼럼니스트 조은희

기만은 인간의 본질이자, 기술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딥페이크, 가짜뉴스, 알고리즘은 인간 욕망의 반영이자 현대적 기만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만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진실이 불편할 때 이를 포장하거나 미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기기만을 예술로 승화시켜 왔다. 최근에는 이 기만의 양상이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적 자기기만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등장했다. 바로 AI 교과서 논쟁이다.

AI 교과서는 지식 전달의 혁신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인간 욕망과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는 기만의 또 다른 도구가 될 수 있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그 데이터는 항상 특정한 맥락과 편향을 품고 있을 우려가 있다. 따라서 AI 교과서가 제시하는 정보는 진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논리적으로 들리는 속임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습자가 AI가 제공하는 답변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비판적 사고는 약화되고 기만은 더욱 정교해진다. 이는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가 우리의 시야를 제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AI 교과서의 기만은 인문학적 자기기만과도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인문학은 진리를 탐구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종종 인간의 약점과 나약함을 미화하고 포장하는 역할을 해왔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은 인간의 고독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낭만화하며, 이를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러한 미화는 고독을 극복하려는 노력 대신, 이를 정당화하며 현실을 꾸미고 포장하는 자기기만으로 이어진다.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AI 교과서 역시 진리의 전달자라기보다, 인간 욕망과 편향의 산물로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 AI가 제시하는 답변은 객관적인 진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계자의 의도와 데이터의 한계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는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변조차 진리라기보다는 "편리한 지적 합의"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AI 교과서는 디지털 기만과 인문학적 자기기만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 둘을 새로운 차원으로 결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기만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기만은 인간의 본질에서 비롯되며,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기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AI 교과서는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기만의 본질을 탐구하고 이를 극복할 기회를 제공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학습자는 AI의 답변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한계와 맥락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속지 않으려면 속아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속임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가에 있다. AI 교과서는 우리가 기만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의 기만은 모두 인간 욕망과 한계를 반영한 산물이다. 우리는 이 기만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도구로 삼아야 한다.

결국, 기만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이 시대를 얼마나 현명하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 AI 교과서는 진실의 길잡이가 아니라 질문의 동반자다. 우리는 이 도구를 통해 진실과 기만의 경계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속임수 속에서도 우리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기만의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글: 칼럼니스트 조은희(조은희의 조은국어 소장/ 조은국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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