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위기극복] AI거인들 사이에서 살아남기…한국만의 AI 생존 전략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새해가 밝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 국내 규제 변화,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각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기술과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신년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글로벌 시장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만의 AI 생존 전략 모색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 중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한국 기업이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현실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 한국의 AI 기술력 수준과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오픈AI의 챗GPT에서 비롯된 AI 열풍이 시작된 이후 한국 내에서도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등장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기업은 드물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틈새 시장을 개척하거나, 빅테크 기업들이 내놓은 AI 모델을 재조합해 혁신적인 AI 서비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AI 시장…전세계 AI 시장 1% 수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에 따르면, AI 글로벌 시장 규모는 낙관적 시나리오 기준으로 2030년 약 15조7200억달러(한화 약 2경25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도 2023년 1.11조 달러에서 2030년 12.14조 달러로 약 11배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만 봤을 때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1840억달러(한화 약 271조원)로 예상된다. 그 중 한국 AI 시장 규모는 같은해 32억1000만달러(한화 약 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 규모 약 1.78%에 해당하는 수치다.
AI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발간되는 시장 조사 보고서는 하나같이 AI를 통해 대부분 산업 지형이 바뀌고, 국가 간 지정학적 영향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전에 없던 데이터를 창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다만, AI를 실용화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AI에는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량의 고성능 그래픽카드(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필요하다. 또, 각 칩을 정상 작동시키고, 냉각시킬 데이터센터 건설비용도 중요한 투자 요소다.
결과적으로 AI모델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하며, 이는 자본이 풍부한 미국 빅테크 시장과 한국 시장의 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IT 전문 외신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인 AI모델 개발 기업 오픈AI는 지난 2023년 기준 AI 훈련 및 추론에 70억달러(한화 약 10조3040억원)를 투자하고 있으며, 인건비로도 15억 달러(한화 약 2조208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 간단히 비교하면, 2024년 한국 시장 규모의 2배가 넘는 수준의 비용이 오픈AI 2023년 AI훈련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AI 자체모델 기술력 승부는 어렵네”...서비스에 집중하는 韓 기업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 기업들도 이들과 AI모델 개발 측면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AI 산업 내 신흥 시장 개척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네이버 경우 자체 개발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바 있으나, 자체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재까지 개발된 수준 AI를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개발자 콘퍼런스 ‘단24(DAN 24)’에서 “앞으로 네이버는 ‘온 서비스 인공지능(AI)’으로 온오프라인 일상을 혁신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극대화하며, 일상의 다양한 경험을 친밀하게 연결해 초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 또한 자체 개발 대형언어모델(LLM)과 타사 LLM으로 구성된 신규 AI 모델 ‘카나나’를 공개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데이터와 서비스에 AI에 접목시키는 것을 유독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10월 개최된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if kakao 2024)’에서 “수십조 단위 자본 경쟁 중인 AI 모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가장 실용적인 해법으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겠다”고 전했다.
AI 서비스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통신사에서도 AI 자체모델 개발보다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통한 ‘한국형 AI 서비스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통해 한국 특화 AI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글로벌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에 투자를 진행하고, ‘Chat지피티’ 등 최신 AI 모델을 활용한 개인비서 AI 서비스 ‘에이닷’을 선보이는 등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학습데이터가 핵심이다”...신흥 시장 개척 나선 스타트업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모델을 선보이는 상황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AI 산업 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른 신흥 시장 진출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승산 없는 LLM 기술력 경쟁을 이어가기보다는 AI 생태계 내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틈새 시장 사업으로는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 정제 솔루션 사업이다. LLM은 그 자체만으로는 지나치게 무겁고, 산업 특화와는 거리가 멀다. 예컨대 고객 서비스(CS) 사업에 필요한 AI를 만드는데는 고객 상담 데이터를 집중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바꿔말해 CS 특화 AI를 만드는데 생산 설비 도면 등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각 서비스마다 필요한 데이터는 천차만별이며 해당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켜주는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AI가 학습하기 좋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AI 데이터 전문 기업들은 이 같은 소구를 파고들면서 AI만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정제, 더 나가 AI 구축 솔루션 업무를 대행해주는 사업을 확장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AI 테크 기업 ‘크라우드웍스’와 언어 전문 AI 기업 ‘플리토’ 등이 있다.
이용자가 다양한 LLM을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은 오픈AI, 메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서 개발한 모델을 소비자가 한 화면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용자에게 친숙한 이용자인터페이스(UI), 파인튜닝(미세조정)을 통해 이용자와 거래(B2C) 사업을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AI 전문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와 글로벌 AI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라이너’ 등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연구원들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AI 가치 사슬 분석을 통한 AI 경쟁력 강화 제언’ 보고서를 통해 “AI 기술은 마치 거대한 레고 세트처럼, 단순히 블록 하나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지만, 여러 종류의 블록들이 정교하게 조립될 때 비로소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며 “AI 가치사슬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데이터 수집부터 최종 서비스 제공까지 여러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진정한 AI 가치가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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