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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위기극복] "꿈에서 깰 시간" 생존 모드 돌입한 한국 AI... '벌거나 버티거나'

이건한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새해가 밝았다.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 국내 규제 변화,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각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신기술과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전략적 전환을 통해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신년 기획을 통해 대한민국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단순 AI 개발 능력만으론 더 이상 투자 유치나 생존이 어렵습니다. 기업 브랜딩과 수익화 양면에서 경쟁력 있는 자체 제품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비전 제시를 통해 투자자와 인재의 선택을 받는 회사만이 이 시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다수의 AI 업계 관계자 메시지를 종합하면 이와 같다. 지난해 시장 전반에서 투자 심리 위축과 정국 혼란, AI 환멸기 진입 등 이미 가시적인 위험신호들이 감지된 만큼, 올해는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는 운영 전략으로 생존을 도모하겠단 방침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가운데 생존 전략 모색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기업 CEO를 AI로 묘사한 이미지 [ⓒ DALL·E]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만 가는 가운데 생존 전략 모색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기업 CEO를 AI로 묘사한 이미지 [ⓒ DALL·E]

실제로 지난해 AI 시장은 양적으로 팽창했을 뿐 AI 업계 담당자들은 "이미 찬바람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던 시기였다. 특히 글로벌 ICT 조사기관 가트너도 2024년 가을에 발표한 '하이퍼사이클(Hyper Cylce)' 보고서에서 그간의 화두였던 생성형 AI 산업이 '환멸'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이퍼사이클은 기술의 성숙도를 ▲기술 촉발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 ▲환멸 ▲계몽 ▲안정화 단계 등 시기별 특징으로 구분하는 평가지표다. 쉽게 말하면 모든 유행기술은 하이퍼사이클에 따라 등장 직후 '거품 논란'이 따를 만큼 기대감이 높아지다가(기대), 관심이 줄어드는 시기를 거치며(환멸), 본격적인 수익 창출 서비스 개발 단계(계몽)를 지나야 시장의 주류 기술로 편입된다(안정화)는 일종의 성장 법칙이다.

가트너가 2024년 발표한 AI 하이퍼사이클 中. 지난 2년 이상 전세계 AI 붐을 주도했던 생성형 AI가 환멸 단계에 진입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 가트너]
가트너가 2024년 발표한 AI 하이퍼사이클 中. 지난 2년 이상 전세계 AI 붐을 주도했던 생성형 AI가 환멸 단계에 진입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 가트너]

이 가운데 현재 주요 AI 산업의 진입 단계로 평가된 '환멸'은 기술의 결과물이 시장 및 소비자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판적 평가가 많아지는 시기다. 이 시점에서 일부 기술은 사라지거나 더 이상 주목 받지 못하며 일부만 개선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얻게 된다. 글로벌 AI 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까지 낮은 ROI(투자수익률) 기조가 이어지고 극히 소수의 AI 기업만 흑자를 기록한 점, 많은 기업이 AX(인공지능 전환)에 도전했지만 유의미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얻지 못한 점 등이 AI 투자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수조원대 투자 유치... "아직 버틸만 하네" - AI 빅테크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AI 기업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방식은 막대한 자본 투자로 고성능 AI 모델 운영이 가능한 인프라와 인재풀을 구축함으로써 영향력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 또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버티컬 AI 서비스 전략 등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모양새다.

이 중 전자는 자기 자본이 많거나 대규모 투자 유치가 용이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특히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매년 수십조원 이상을 AI 기술, 인프라, 기업 인수합병에 쏟으며 '쩐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오픈AI는 2024년 약 4~5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그 이상의 R&D(연구개발) 비용과 인프라 비용 적자를 9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로 메꿨다. 경쟁사인 앤트로픽, xAI 등도 유사하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체급과 인지도의 한계상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AI 연구비 집행이나 투자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함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AI 시장의 경쟁 흐름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요구되는 AI 투자비는 아직 상승 추세이므로 유의미한 수익 달성까지 아직 더 오랜 경쟁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가트너 하이퍼사이클을 예로 들면 아직 '계몽'과 '안정화' 단계가 더 남아 있는 셈.

한국 AI 생존 전략 트렌드 ① : 버티컬 AI 서비스 경쟁

현재 한국 AI 기업들은 장기 생존을 도모하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 후자의 버티컬 AI, 즉 '전문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일부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한다.

전문화는 주로 글로벌 빅테크가 선점하지 못한 영역에서 선점효과 및 비교우위를 노린다. 예컨대 동일한 'AI 검색' 서비스라 할지라도 빅테크늘이 주로 경쟁하는 범용 검색이 아닌 전문가·연구원 특화 검색 서비스(라이너)로 경쟁하거나, 일반 사용자 대상의 실시간 이슈 제공 및 과제 수행 지원,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특화하는 서비스(뤼튼)에 집중하는 식이다. 이 방식의 시장 확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으나, 우선 최소한의 매출 기반을 갖춘 뒤 서비스 확장 형태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라이너는 전문 연구원 대상의 '학술모드'와 '출처 인용' 서비스 등 고급검색 특화 기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라이너]
라이너는 전문 연구원 대상의 '학술모드'와 '출처 인용' 서비스 등 고급검색 특화 기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자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 라이너]

한국 AI 생존 전략 트렌드 ② : 자체 AI 제품 개발 및 강화

또한 비슷한 선상에서 그동안 외주개발(SI)에 집중하거나 AI 모델 및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했던 기업들도 그동안 확보한 역량을 이용한 자체 AI 서비스 개발로 방향을 트는 모양새다. 시장 수요 및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체 브랜드와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이 중장기 생존 가능성 제고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AI 대기업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빅테크와 AI 모델 규모 및 성능으로 직접 경쟁하기보단, 자사 킬러 서비스와 플랫폼에 AI를 녹여 사용자의 편의를 증대하는 방향에 방점을 둔 행보들이 엿보인다. 이는 기존 서비스 사용자들의 락인 효과를 강화하며 외산 AI 서비스에 맞선 '안방 수성전' 준비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4(DAN 24)'에서 자사 서비스 전반에 AI 원천기술을 접목하는 '온 서비스(On-Service) AI' 전략을 공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4(DAN 24)'에서 자사 서비스 전반에 AI 원천기술을 접목하는 '온 서비스(On-Service) AI' 전략을 공개했다.

한국 AI 생존 전략 트렌드 : IPO로 노리는 '일거양득'

이밖에 IPO 예고는 회사 평판과 기업가치 향상 전략을 바탕으로 조금 더 버티기를 택한 측이다. 현재 이르면 올해 하반기 혹은 2026년 중 IPO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하는 AI 기업의 수는 얼어붙은 투자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적은 편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곳만 해도 올해 뉴엔AI, 노타AI, 모라이(MORAI) 등이 있으며 2026년은 슈퍼브에이아이, 무하유를 비롯해 아직 IPO를 대외적에 공식화하지 않은 논의 단계의 AI 기업들도 많다.

IPO는 성공할 경우 단기에 회사 인지도를 높이면서 대규모 운영 자금 확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또한 부수적 효과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IPO 준비 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인재를 붙잡아두기에 좋은 이유가 된다" 설명한다. 다만 어떤 이유로든 IPO에 실패할 경우 재무와 성장 동력의 상실 위험도 그만큼 커지므로 이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으로 분류된다.

종합하면 한국 AI 산업의 2025년은 우선 생존을 목표로 다양한 전략 방향이 모색되고 있다. 이 중 누가 살아남아 '한국형 AI 비즈니스'의 표본을 제시할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또한 대통령 탄핵 여파로 어수선해진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AI 산업의 가이드북이 될 'AI 기본법'은 최근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세부 조항 조율에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한 새로 신설된 국가AI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여부, "AI 지원만큼은 여야가 정쟁하지 않겠다"는 국회의 기조 유지 등을 두고 생존 기로에 놓인 국내 AI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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