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취임 직후 'IRA 폐기' 내건 트럼프…"행정명령으론 중단 불가"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오른쪽)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취임 연설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오른쪽)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로툰다)에서 취임 연설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친환경차 의무화 및 우대 정책을 대폭 축소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디딤돌이 됐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폐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IRA를 폐기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 만큼 전면 폐지를 위해서는 난항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추진한 친환경차 우대 정책을 대거 축소·삭제했다. 개인·민간·정부 등의 전기차 구매 의무화 폐지를 명시했으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에 제한을 뒀던 주 정부 배출 규제와 2030년까지 신차 중 50%가 신차여야 한다는 내용 등을 백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IRA 및 인프라법과 관련한 자금 지출을 즉시 중지하고 이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철폐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IRA은 바이든 전 행정부가 제정한 친환경에너지·차량 보급 장려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요건과 배터리 생산 등에 대한 생산보조금(AMPC) 등이 명시돼 있다. 이 정책이 폐기된다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해 진출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현지 배터리 생산 및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배터리 3사까지 전방위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다만 IRA에 대한 자금 지출과 보조금 철폐가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IRA이 의회를 거쳐 입법된 법안인 만큼 행정명령으로 시정할 수 없어서다. 안회수 DB금융증권 연구원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으로 이미 입법된 법안을 폐지시키거나 그에 모순되는 내용을 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행정부에 일의 우선순위를 명령하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사법부(연방법원/대법원)가 행정명령 이행을 금지할 수 있고, 혹은 입법부에서 행정 명령 무효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RA 및 인프라법에 관련된 자금 지출 중지에 따른 피해도 당장은 없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혜택을 받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자금 지급 항목이 아닌 세액공제고, 법률에 따른 세금 혜택은 행정명령으로 즉시 중단될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류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행정명령에서) 즉시 중지하라고 한 자금 집행은 연방 자금을 프로젝트에 직접 집행하는 것에 해당한다. 정부가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하는 자금이며, 전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계획(NEVI)과 같은 프로그램이 해당한다"며 "세액공제는 IRA와 인프라법에 의해 제공되며, 법률에 의한 세금 혜택이므로 행정명령으로 즉시 중단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의회 등에서 IRA를 재검토해 무효 법안을 발의할 수 있어 IRA에 대한 향방은 그 이후에나 확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공화당주인 미시간, 오하이오, 조지아 등에서 IRA에 따른 수혜가 높은 터라, 공화당 우세인 의회에서도 이를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요건 및 중국 기업의 진입 등이 더욱 까다로워진 만큼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급망의 탈중국이라는 직전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혜택을 줄이면서 이들의 진입로를 더욱 옥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 연구원은 "기존에 계속 업데이트되던 것처럼 보조금 세부 요건, 해외우려기업집단(FEOC) 정의 등이 까다로워질 수는 있겠으나 법안의 전면 폐지와 무효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IRA 세부 요건 및 FEOC 정의가 더욱 까다로워짐에 따라 탈중국 흐름도 심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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