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대선 공약으로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스스럼없이 밝힌 트럼프가 집권을 시작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코인 가격 상승이라는 단순한 기대섞인 술렁거림을 넘어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디지털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금융산업이 트럼프2기 시대를 맞아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당국이 허용만 한다면 금융산업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사들이 디지털자산을 수탁하는 것을 사실상 막아서 논란이 됐던 SAB121 조치도 철폐하며 친디지털자산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미국발 규제 완화와 인식 변화로 인한 기대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 시장 또한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등 코인을 보관 관리하는 커스터디(수탁업)서비스에 대한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 2010년대 말 서비스 등장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커스터디는 예전부터 금융회사들이 전통적으로 제공하던 것으로, 금융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2010년대 말,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상자산에 대한 커스터디 서비스가 등장했고 국내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커스터디 사업자가 관리하는 가상자산의 규모는 500조~1000조로 추산된다.
한국은 아직 법인의 가상자산 취급과 관련된 규제 불명확으로 인해 유의미한 수탁규모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국내 규모(2023년 상반기 기준)는 약 13.8조원에 달한다.
수익 모델은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이에 대한 보관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며, 아직 법인 계좌가 열리지 않아 법인이 가상자산을 취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요 고객은 특금법 이전에 가상자산을 취득한 기업 또는 코인을 발행한 재단이다.
◆ ‘지분 투자’ 은행, 수탁업 진출…“스테이블코인 등 금융의 블록체인으로 변화에 있어 가장 기반”
은행의 수탁업 진출도 활발하다. 주로 지분 투자를 통한 국내 사업자와의 참여가 주를 이룬다. 은행이 수탁업에 지분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신규사업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수탁은 이전부터 은행의 비즈니스 영역이며, 은행이 잘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여겨지면서 이어오던 중 새로운 자산 영역인 가상자산 커스터디가 은행 업무와 유사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직접 커스터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보니, 지분 투자 형태로 간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디지털 법정화폐(CBDC), 은행발행 스테이블코인 등 금융의 블록체인으로 변화에 있어서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이 수탁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2023년 가상자산 사업 확장을 위해 글로벌 수탁기업 비트고의 한국 법인 비트고코리아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한남동에 사무실에 두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합작법인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위해 인적·물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연내 영업 개시를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미국 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완화되고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할 때,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해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 글로벌 시장 수준 확대, 쌓인 문제도 많아
업계는 향후 해외 수준의 시장 규모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산적해 있는 문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현안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내 법인계좌 허용,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등을 꼽았다.
특히 현재 규제는 자금세탁방지, 이용자보호 중심으로 국제적 법률 추이에 발맞춰 기본법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 ETF, 스테이블코인 등의 새로운 가상자산 영역에 있어 수탁업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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