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완성품 업체와 소비자 또는 주문자 사이에 낀 부품사와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은 공급망 붕괴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를 떠안게 된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부품 제조사는 2020~2021년 동안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원재룟값 상승과 고객사의 단가 인하가 겹친 탓이다.
시발점은 코로나19 국면에 접어들면서 모바일 시장이 침체한 재작년 상반기다. 당시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라인 가동률이 하락했다. 스마트폰 업체는 부품 재고가 쌓였고 소비자의 교체 수요는 감소했다.
주요 스마트폰 기업은 부품 협력사에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통상 분기마다 협상이 진행되고 4% 내외 인하율을 나타낸다. 하지만 2020년 하반기에는 2배 이상인 한 자릿수 후반 인하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모듈, 스마트폰 기판 등이 주력인 회사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하락했다.
이러한 흐름은 2021년 들어서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한 번 깎인 부품단가가 다시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객사 요청과 별개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까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는 조처다.
상황은 유통망이 무너지고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알루미늄, 구리 등 원재료 가격이 하면서 더욱 악화했다. 파워로직스 엠씨넥스 캠시스 등 카메라 모듈 업체는 작년 3분기 실적이 전년대비 역성장했다.
렌즈를 다루는 세코닉스와 코렌은 2021년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92% 축소, 적자 지속으로 나타났다. 대만 라간정밀, 중국 써니옵티컬 등과의 가격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삼성전기마저 중저가 모델 납품을 개시하면서 여파는 더욱 컸다.
지난해 6월 이수페타시스는 고밀도 회로기판(HDI), 경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사업을 접기로 했다. 모바일 부진과 중화권 저가 공세가 맞물린 결과다. HDI는 스마트폰 부폼 간 전기적 신호를 회로로 연결하는 기판, FPCB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메인 기판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대기업 계열사도 같은 수순을 겪었다.
팹리스 업계는 반도체 공급난의 역설을 겪고 있다. 중소 업체가 대상이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이 대형 팹리스 위주로 가동되면서 중소형 팹리스는 샘플을 투입하는 데만 6개월 이상 소요되고 있다. 제품 개발을 마치고도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중소 팹리스를 찾는 가전·자동차 회사가 많아졌다. 벤더를 늘려 가격을 낮추고 물량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시제품 생산 단계부터 막히면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문이 몰리는 파운드리 업체는 위탁 기준을 높였다. 제품 가격, 생산물량 등을 까다롭게 따지면서 중소 팹리스에 대한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파운드리 단가가 지속 올라가면서 팹리스 비용 부담까지 상승하는 분위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 업체나 파운드리는 호황을 누리는 반면 대부분 부품업체와 팹리스는 쉽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