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파운드리 양극화 '심화'…왜? [IT클로즈업]
- 파운드리 3위부터 10나노 이하 공정 사실상 포기
- SMIC는 美 제재 여전…인텔이 유일한 대항마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작년부터 증설 중인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2024년 전후까지는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술력 양극화’다.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70%를 담당하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양과 질 모두 늘려가는 반면 3위 업체는 양적 성장만 이뤄지고 있다. 시장 진입을 앞둔 인텔 외에는 양강 체제를 깨뜨릴 후보조차 없다.
6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액은 1520억달러(약 180조원)로 2020년(1131억달러) 대비 34% 상승했다. 이중 파운드리 몫은 530억달러(약 63조원)로 35%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42% 늘었다. 파운드리 업계가 전체 시장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63조원 가운데 TSMC와 삼성전자 비중은 70%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기준 작년 3분기 양사 매출 점유율(TSMC 53.1% 삼성 17.1%)과 유사하다. 많이 번 만큼 많이 투자한 셈이다.
두 회사가 생산능력(캐파)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월하지만 더욱 압도적인 건 첨단공정 분야다. 현시점에서 10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둘 뿐이다. TSMC와 삼성전자가 올해 3nm 라인을 가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3위 대만 UMC와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는 한 자릿수대 공정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양사는 수조원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구식(레거시) 공정에 쏠린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칩(PMIC) 등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다른 파운드리 업체도 마찬가지다.
5위 중국 SMIC가 그나마 10nm 전후 공정을 시도 중이지만 미국 제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최첨단 설비가 중국으로 투입되는 걸 제한 중이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보다 얇은 파장을 갖춘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SMIC는 EUV 없이 7nm 공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진척이 더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본다. 레거시 공정 수요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면 신공정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가 더 많았을 것”이라면서 “당장 8인치(200mm) 라인 또는 수십 나노대 공정이 주목받고 있으나 몇 년 뒤에도 같은 분위기라는 보장이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일정 부분 해소될 2025년에는 TSMC와 삼성전자 지배력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EUV ‘하이(High)NA’를 선제 도입하는 인텔 외에는 선단 공정에서 경쟁조차 불가능한 영향이다.
3강 구도 내부 변화도 관측된다. 현재 TSMC가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큰 폭으로 늘리기는 힘들다. 대형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로서는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는 협력사 다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삼성전자 또는 인텔뿐인 만큼 두 업체로 떨어지는 주문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첨단공정에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고객사는 팹리스(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에서 서버 업체(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와 자동차업체(테슬라 포드 등)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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