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커뮤니티 검열 논란, 방통위 “검열 아닌 필터링··· 불법촬영물 막기 위함”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검열’ 논란이 일었다. 커뮤니티 관리자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움직이는 짤방(움짤)’을 강제 검열하도록 조치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검열이 아닌 필터링이라고 강조했다.

10일 업로드된 에펨코리아 공지
10일 업로드된 에펨코리아 공지

◆특정 사이트 대상? 이는 오해, 일정 규모 이상 모든 사이트 대상

지난 10일 국내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 에펨코리아에는 ‘전체 움짤을 기술적으로 강제 필터링 통보’라는 공지가 업로드됐다. 해당 사이트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의무 사업자에 해당하므로, 전체 움짤 검열 기술적 조치 대상이라는 것을 안내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는 작년 12월 10일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내용이다. 해당 법은 n번방 방지를 위해 개정된 것으로, 작년 있었던 ‘카카오톡 검열’과 같은 내용이다. 사업자가 적용해야 하는 기술적 의무란 업로드되는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추출, 정부의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필터링하는 것을 뜻한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담당 기관이다.

이와 관련 11일 방통위는 “검열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한 필터링이 어떻게 검열이 될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다만 처음 있던 논란이 아닌 데다, 방통위의 설명에도 다수 사용자는 해당 필터링을 검열이라고 느끼는 모양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토끼 사진을 올렸더니 차단되는 등의 헤프닝이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커뮤니티 일각에서 나오는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커뮤니티를 와해하기 위함이다’, ‘남성의 목소리를 내는 커뮤니티를 막기 위함이다’는 등의 목소리는 오해다.

해당 법은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하루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 이용자가 부호·문자·음성·화상·영상을 게재해 공유하는 기술적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만족하는 사업자라면 모두 해당한다.

작년 기준 87개 사업자가 대상에 올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팀블라인드, 트위터코리아, 줌인터넷, 루리웹닷컴, 네이버, 트위치 인터랙티브, 틱톡,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조아라, 인벤, 오피지지(op.gg), 뽐뿌커뮤니케이션, 보배네트워크, 문피아, 딴지그룹, 디시인사이트 등이다. 해당 사업자들은 이미 기술적 조치 의무를 적용하고 있었고, 올해 법 적용 대상 사업자가 늘어 10일 신규 사업자를 대상으로 안내 설명회를 진행했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카페의 경우 네이버가 기술적 조치를 부과하므로 개별적으로 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매출 10억원,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 커뮤니티라면 모두 적용 대상이다. 매출이나 이용자 수가 적은 사이트는 예외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실효성, 역차별,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에펨코리아 관리자는 “커뮤니티를 운영함에 있어 대한민국 법은 까다로운 규정이 많다”며 “정부 요청으로 100페이지가 넘는 자율점검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사업자로서 관련 사항을 답변하고 처리하는 데 사이트 전체 업무가 오랜 기간 마비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사이트는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와 비교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부 해외 사이트 및 규제 단속을 받지 않는 소규모 사이트들과 역차별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외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창업을 유도하게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

실제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n번방의 근원지였던 ‘텔레그램’을 비롯해 음란물 유포의 온상지로 지목되는 다크웹은 물론이고 파라과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카라이브’ 등도 빠졌다. 해외에 서버를 두는 불법적인 사이트 역시 사각지대에 놓였다. n번방 방지는 못하면서 과도하게 국내 사업자를 규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디스코드 서버 모습
디스코드 서버 모습

한편 법 적용을 위해 필요한 장비 도입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에펨코리아에 따르면 기술적 조치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지원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128기가바이트(GB) 이상 메모리, 16~26GB 이상 x 2 GPU 메모리, GPU 파워 250~300와트(W), 1000W 파워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적 조치 의무는 오는 6월 9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기한 내 서버 주문이 어려울 수 있는 데다 사양과 무관하게 전력 소모량이 커 호스팅 업체에서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에펨코리아의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에 신규로 대상이 되는 사업자들의 경우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준비 상황을 따로 챙겨보고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장비 수급의 어려움 등은 정책 추진시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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