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12월 시행 앞둔 ‘n번방 방지법’··· 산업계 “대다수 서버 ‘뻑’날 수도” 우려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오는 12월 10일 시행에 앞서 세부사항을 명시하는 고시안을 30일 발표했다.

12월 10일 시행되는 전기통신사업법은 n번방 이후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해 마련됨에 따라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며 통과됐다. 해당 법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웹하드 사업자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가 부과된다.

◆12월 10일부터 적용··· 디씨인사이드·뽐뿌·루리웹·보배드림 등도 대상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는 매출액 10억원 이상,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사업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인터넷개인방송, 검색포털 등 기업이 대상인데, 디씨인사이드나 뽐뿌 등 게시판 기능을 제공하는 대다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가 대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한 87개 사업자는 모두 대상으로 꼽힌다.

방통위가 마련한 고시안에 따라 사업자는 ▲신고기능 마련 및 신고·삭제 요청 처리 ▲검색결과 송출제한 조치 및 게재 제한 조치 ▲사전경고 조치 및 로그기록 관리 ▲성능평가 기준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용자가 불법촬영물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불법촬영물 등의 검색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를 검색할 경우 검색결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불법촬영물 등을 게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전 고지와 기술적 조치 운영 및 관리 관련 로그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핵심이 되는 것은 국가기관이 개발해 제공하는 기술이나 최근 2년 이내에 성능평가를 통과한 기술을 상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지난 16일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딥러닝 기반으로 추출하는 소프트웨어(SW)와 불벌촬영물의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 김재철 이용자정책국장은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기술적·관리적 조치 기준 고시가 현장에서 원만히 이행될 수 있도록 인터넷 사업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 “서비스 장애시 책임질 수 있나”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해당 기술 도입으로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용자가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해당 게시글에 불법촬영물이 없는지 살피는 시스템이 추가되는 것이기에 트래픽 증가에 따른 시스템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에 따르면 30일 기준 정부가 지원한다고 밝힌 기술은 원활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DNA DB 신청을 위해 회원가입,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해당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법이 시행되면 사업자들에게는 해당 기술 도입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3개월여를 앞둔 시점에서 테스트한 기업조차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법 시행 전에 정부가 제공한다는 기술을 도입해 테스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법 시행일에 대다수 커뮤니티, 서비스의 접속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기술이 아니더라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성능평가를 받은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인기협은 TTA 성능평가를 받은 기업도 없다고 꼬집었다.

형평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해당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사업자다. n번방의 근원지로 꼽힌 ‘텔레그램’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아카라이브’와 같은,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사업자도 대상에서 빠졌다.

방통위가 법 시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중이나 해당 법의 실효성,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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