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식물인가 동물인가··· 낯뜨거운 국회 국정감사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 7일부터 진행된 제21대 국회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일부 상임위원회만 오는 30일까지 국정감사를 이어가고 대다수의 상임위가 26일을 끝으로 국정감사를 마쳤다.

평가는 제각각이겠으나 보안 분야 전반을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국정감사였다. 전반적으로 정책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한 소모적 논쟁이 많았다.

특히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욕설 논란이 절정이었다.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당신’, ‘어디다 대고’, ‘야’ 등 고성에 이어 ‘한 대 쳐볼까’, ‘나이도 어린 XX’ 등 욕설까지 나왔다.

다른 의원의 만류가 없었다면 육체적 충돌로 비화됐을 법한 장면이었다. 욕설은 방송사의 경우 방송심의를 위해 ‘삐’ 처리됐으나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을 통해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둘 중 누가 잘했다, 못했다를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 국민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양측 모두 고개 숙여 사과하더라도 모자라다. 하지만 26일 여당이 야당과 박성중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국민은 잊고 싶었던 꼴사나운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보안이나 개인정보 관련 주제가 나올법한 상임위 국정감사가 진행될 때 종일 지켜보면, 형용할 수 없는 피곤함을 느꼈다. 지루하고 지난한 말다툼 뒤에 중요한 현안이 다뤄질까봐 눈도 돌리지 못하고 계속 보자니 정치혐오가 생길 지경이다.

물론 국정감사 내내 소득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과방위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책 조언은 업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주목받고 있는 비대면(언택트) 서비스의 보안을 꼬집었다.

정무위원회나 행정안전위원회로 눈을 돌리면 n번방, 디지털교도소, 개인정보보호 등 최근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취약점을 이용해 해킹을 시연하고 지적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꼽은 이번 국정감사의 백미였다.

결국 제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는 식물인지 동물인지 모를 모습으로 끝맺었다. 일부에서나마 보였던 좋은 모습에 ‘미워도 다시 한번’을 기대해 본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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