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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n번방 막겠다’더니··· 방통위, 카톡 이어 커뮤니티 검열 구설수

이종현
10일 업로드된 에펨코리아 공지
10일 업로드된 에펨코리아 공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자를 대상으로 ‘움직이는 짤방(움짤)’을 강제 검열하도록 조치했다. 검열을 위해 필요한 컴퓨팅 파워는 사업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긴 채 일방적 통보를 해 탁상 위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이다.

10일 국내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 ‘에펨코리아’의 관리자가 방통위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을 공지했다. 오는 6월 9일까지 사이트 내 전체 움짤을 기술적으로 강제 검열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작년 12월 10일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조치다. 해당 법에는 매출액 10억원 이상,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불법촬영물 등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술적 조치란 정부가 제공하는 영상물의 특징값(DNA)을 딥러닝 기반으로 추출하는 소프트웨어(SW)와 불법촬영물의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업로드되는 이미지·영상 등에 필터링을 적용토록 하는 것을 뜻한다.

에펨코리아 관리자는 기술적 조치를 위해서는 딥러닝이 가능한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장비는 전기 소모량도 많아 비용과 무관하게 호스팅 업체에도 잘 받아주지 않는데, 소규모 커뮤니티 사업자의 경우 해당 장비 도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서버 주문도 불가능할 듯하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지원하는 GPU가 필수이며, 권장 사양이 듀얼 중앙처리장치(CPU)에 128기가바이트(GB) 이상 메모리, 16~26GB 이상 x 2 GPU 메모리, GPU 파워 250~300와트(W), 1000W 파워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지 요약 내용
공지 요약 내용

문제는 이와 같은 방통위의 지침이 사전 안내 없이 갑작스레 이뤄진 데 더해, 그 부담을 온전히 사업자에게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에펨코리아에 따르면 법 시행일인 12월, 에펨코리아는 방통위에 연락해 기술적 강제 검열 업체 목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에펨코리아는 방통위로부터 3월 2일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의무 사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안내를 받고, 10일 원격회의에서 에펨코리아도 기술적 조치 대상이라고 통보받았다.

에펨코리아 관리자는 “국내 사이트는 해외에서 운영되는 사이트들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트위터와 경쟁할 만한 사이트 운영은 불가능하다. 트위터는 국내 영장을 무시하면서 자발적인 자체 기준에 따라 검열을 하더라도 강제검열이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국내 사이트가 자율점검에 더해 강제로 많은 규정을 적용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해외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창업을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거나, 바꿀 수 없다면 방통위가 시키는 것을 따를 예정”이라며 “사용자들도 국내 사이트 운영 환경이 이렇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오후 5시 29분 업로드된 해당 공지사항은 3시간 만에 조회수 33만, 추천 4812, 댓글 1827개가 달리며 높은 관심을 얻었다. 방통위의 조치를 비판하는 의견 일색이다.

해당 논란과 관련,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가 성착취물 등 불법촬영물로 판정한 영상물인지 여부만 기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므로 검열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통위는 “이번에 신규로 대상이 되는 사업자들의 경우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준비 상황을 따로 챙겨보고 지속 협의할 예정이며 장비 수급의 어려움 등은 정책 추진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 12월 10일 ‘카카오톡 검열’ 논란도 일었다. 방통위는 당시도 적극적으로 ‘검열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많은 카카오톡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했다. 해당 논란으로 카카오톡 대신 텔레그램을 사용하겠다는 이용자를 늘렸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한편 트위터 관계자는 커뮤니티 관리자의 증언에 관련 “트위터는 국내법을 준수하고, 법 집행을 위한 전담 연락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요청된 법적 절차에 신속히 대응하는 동시에 내부 운영원칙에 따라 불법 성착취물을 삭제하고 이를 위반한 계정을 금지하는 등 이용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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