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티몬, “사실무근” 말해도 ‘매각설’ 지속되는 이유는 [IT클로즈업]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티몬 매각설이 다시 떠올랐다. 2019년 롯데그룹과 인수합병(M&A)설이 나온지 3년 만이다. 티몬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여전히 업계에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1일 티몬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투자 유치 중이며, 큐텐과 토스페이먼츠 등 복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과 협의하고 있다. 큐텐과의 매각 협상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일부 보도에선 티몬이 큐텐과 경영권 매각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수 대상은 최대주주 몬스터홀딩스(81.74%), 티몬글로벌(16.91%) 등 지분 전량으로, 가격은 2000억원대라고 알려졌다.

몬스터홀딩스는 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AEP) 등이 2015년 티몬 인수를 위해 만든 회사다. 티몬글로벌은 지난해 사모펀드 피에스얼라이언스(PSA) 등이 투자유치를 위해 만들었다.

티몬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티몬이 궁극적으로 일부 지분 혹은 전량 매각 가능성에 비중을 싣고 있다. 티몬 최대주주는 외국계 사모펀드 KKR와 AEP로, 이들은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최우선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중 최대주주를 사모펀드로 둔 기업은 티몬이 유일하다.

티몬 장윤석 대표는 소셜 커머스에 집중하던 회사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으며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콘텐츠 커머스를 내세워 중소상공인들 ‘브랜드 풀필먼트’ 전환을 추진 중이다. 능력 있는 인재 영입을 위해 어디서나 근무 가능한 ‘스마트워크’ 제도도 도입했다.

티몬이 이커머스 업계서 체질을 개선하고 새롭게 자리잡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티몬이 M&A부터 기업공개(IPO)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한 이유다. 장윤석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2022년) 중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더 좋은 회사와의 인수·합병(M&A)도 다 열려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볼 때, 현재 티몬이 처한 상황에서 IPO를 추진하기엔 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가·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있지만, 내부적 요인도 존재한다. 티몬은 지난해 영업손실은 760억원, 당기순손실은 793억원이다.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한 결과 지난해 누적 결손금은 1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 창립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턴 줄곧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이 워낙 치열한 상황에서 티몬 존재감도 아직 미약하다. IPO를 추진하는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처럼 매출이 급성장하는 것도 아니어서 ‘잠재력’을 내세우기도 애매하다.

업계 관계자는 “IPO는 기업이 원하는 가격이나 조건이 모두 맞아야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티몬은 자발적으로 몸값을 확 낮추지 않는 이상 IPO로 원하는 가격이나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티몬의 ‘상장 철회→경영권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티몬은 2017년에도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주간사를 선정했지만, 적자구조를 개선하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2019년 롯데와 매각 역시 희망 가격대가 맞지 않아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이후 2020년 티몬은 다시 상장 카드를 꺼냈다. 같은 해 4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대표 주간사로 선정, 작년 하반기를 목표로 IPO를 준비했다. 하지만 제대로 기업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적기’에 추진하겠다며 철회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해인 올해 큐텐으로 매각설이 나온 데 대해 업계가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

문제는 티몬이 상장과 매각 시도를 반복하는 사이 기업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롯데와 M&A가 논의되던 시점, 관련 업계서 거론되던 티몬 기업가치는 1조원대였다. 반면 최근 티몬 경영권 매각설에서 함께 언급된 가격대는 2000억대다. 지난해 KKR과 AEP가 희망한 가격이 2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정도 규모라면 티몬이 언급한대로 전략적투자자(SI) 지분참여 희망가격대일 수 있고,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2곳 중 한곳의 희망 가격대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약 전량 매각을 할 경우 이보다는 금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자연스럽게 큐텐과 티몬이 어떤 방법으로 협업을 택할지가 주목된다. 큐텐은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싱가포르·일본·홍콩 등에 6개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해외직구 플랫폼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86조원대에서 올해 212조원대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큐텐 역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을 수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큐텐은 해외직구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 진출해 자본력을 갖고 있다”며 “티몬과 사업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아 협업이 도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