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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도 별로 안 싸네”...고환율에 해외직구 ‘주춤’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슈퍼달러’ 현상이 국내 해외직구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아 미국 해외직접구매를 하던 소비자들이 국내몰과 비교해 큰 가격경쟁력을 느끼지 못하게 됐기 때문. 다만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비주류였던 일본 직구가 주목받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년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지난 15일 최고치인 1320원까지 치솟은 뒤 고환율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고환율 추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해외직구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직구가 주춤하는 모습은 이미 상반기부터 조짐을 보였다. BC카드가 올해 상반기 해외직구 결제 분석 자료에선 전체 해외직구 결제 금액은 1년 전 대비 9.6% 감소, 결제건수도 1.4% 줄었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해외직구족 비중이 약 40%로 가장 높은 미국 시장은 18.3%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어 중국과 독일도 각각 14.8%, 3% 줄었다.

반면 일본 직구 결제건수는 같은 기간 21.3% 늘어났다. 국내 해외직구 비중은 일본이 6% 가량으로 작은 편이었는데, 엔화가치 하락으로 재주목받게 된 셈이다.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는 상승했지만 일본은 저금리 정책 고수로 엔화 가치가 올해 20% 가량 떨어졌다. 원-엔 환율도 950원대 이하로 내려왔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 지갑이 닫히고 있는 와중, 미국 해외직구 가격경쟁력까지 희석된 상황에서 해외직구 투자를 늘려온 이커머스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아마존과 손잡은 11번가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방식으로, 지난 5월엔 국내 고객 요구와 피드백을 반영해 수백만개 신규 상품을 등록했다. 미국 아마존 상품을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는 목표지만 고물가·고환율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제품 가격 역시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동일 브랜드 동일 제품일 경우 배송기간이 길어도 가격이 저렴한 해외직구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이 이러한 장점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국내와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거나 동일한 상품도 일부 등장했다. 전반적인 가격 상승에 관세까지 더하게 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커진다.

11번가는 상품 차별화를 통해 국내에 없는 제품을 선보이고, 우주패스 등 무료배송 혜택으로 가격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11번가가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에 맞춰 진행한 ‘서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선 핫딜·특가 상품들을 선보였다. 5~6월엔 해외직구 수요가 주춤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이달 할인행사로 숨통이 트였다는 설명이다.

11번가 측은 “환율이 올라갔을 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여전히 가격 우위를 갖는 상품군들이 있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우도 활발하다”며 “국외에서만 파는 상품을 구매할 땐 무료배송 혜택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테일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행사 중 인기상품
몰테일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행사 중 인기상품
미국 외에 홍콩·일본 등 국가별 비중을 고루 넓혀 엔저 현상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도 있다. 코리아센터 해외직구 플랫폼 몰테일은 올해 4~6월 일본 배송대행 건수가 전년 동일 기간 대비 17.3% 증가했다고 전했다. 약 5년 전부터 미국에 편중돼있던 해외직구 비중을 일본·중국·독일 등에 물류센터를 세우며 다변화했다는 설명이다.

몰테일도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했다. 최대 할인 폭과 배송비 지원 등으로 국내 직구족 수요를 끌어냈다. 2021년형 4K 애플TV 109달러(약 14만원), 2세대 에어팟 89.99달러(약 12만원), 구글 크롬캐스트 39.98달러(약 5만원) 등 전자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몰테일 측은 “미국은 환율이 올라 주춤하긴 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엔저 현상으로 수요가 많이 늘어, 전체적으로 보면 평이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상반기엔 직구 비수기인 만큼 하반기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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