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11번가가 마이데이터 진출로 그리는 큰 그림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11번가가 이커머스 사업자 최초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기존 데이터에 소비·지출 분석을 더해 고객 자산관리는 물론 정교화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8일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6일 금융위원회 본허가 심사 결과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했다. 11번가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개방된 지난 2020년 말부터 사업계획 등 인허가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예비허가를 신청, 지난 1월 예비허가 승인 후 심사 기간을 거쳐 이달 사업권을 얻게 된 것. 일찌감치 마이데이터 관련 개발자도 대거 채용해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금융·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현황이나 소비 습관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11번가는 이번 본허가 획득을 통해 ▲소비지출 관리 ▲금융혜택 추천 ▲쇼핑 어드바이저(Advisor) 등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연내 단계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사업자인 11번가는 4700만명에 이르는 고객 구매데이터 기반으로 개인화 추천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 소비자 구매상품들을 분석한 데이터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셈. 여기에 고객 신용카드 사용 습관 등 기존 금융권에서 제공하던 금융·자산 현황까지 활용하게 되면 더 세세한 타깃별 맞춤 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 가는 빈도가 높은 고객에겐 11번가가 커피 관련 용품을 추천할 수 있고, 골프·레저용품 구매 빈도가 높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추천해 줄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하겠다는 걸 동의한 후에 이용할 수 있다.

11번가는 “마이데이터 고객 정보 분석 결과와 11번가 기존 데이터 및 역량을 결합해 소비지출 분석과 함께 쇼핑 전 과정에서 편의성과 합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라고 전했다.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권은 7월 현재 60개 사업자가 획득했다. 주로 핀테크·정보기술(IT) 업종과 금융계 사업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커머스 업계에선 11번가가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했다. SK텔레콤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사들이 데이터 기반 서비스 제공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만큼, 선제적으로 사업권 획득을 추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마이데이터는 11번가를 포함해 커머스 업체 전반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도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권 확보를 위해 조금씩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마이데이터는 금융권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점차 커머스와 통신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서도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11번가처럼 기존 갖고 있던 유통 데이터에 금융 데이터를 합쳐 정교화된 개인별 맞춤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고 이에 맞는 신용평가(CB) 모델 개발도 가능하다. 커머스 업체는 다른 곳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다른 업계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협업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11번가가 차별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과제인만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로 경쟁사들과 다른 강점을 먼저 가져갈 수 있게 됐다. 11번가 측은 “마이데이터 동의 고객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비스 품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보고 관련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