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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은 또 뒷전인가”··· 정보보호기업들, 내년 공공 사업 수요예보에 ‘한숨’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공공부문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기술(ICT)장비·정보보호 수요 예정치가 발표됐다. 전체 수요는 전년 예정치 대비 6.9% 증가한 데 반해 이중 정보보호 관련 제품·서비스 구매 예산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3년 공공부문 SW·ICT장비·정보보호 수요예보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수요예보 결과는 2023년 공공 SW·ICT장비·정보보호 사업 수요 계획을 조사한 결과다. 정부는 매년 9월부터 10월까지 내년도 사업 계획을 조사해 11~12월경 예정치를 발표한다. 확정치는 당해연도 1~2월에 조사해 3월 발표한다.

내년도 공공 SW·ICT장비·정보보호 수요 예정치는 5조7522억원이다. 전년도에 발표한 올해 예정치 대비 6.9% 늘었다. SW사업은 4조4545억원, ICT장비 구매 사업은 1조2977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몇 년간 SW·ICT장비·정보보호 사업 규모는 지속해서 상승해왔다. 2018년 3조8030억원이었던 예정치는 2019년 4조813억원, 2020년 4조7890억원, 2021년 4조9429억원, 2022년 5조3808억원 등으로 5년 만에 1.5배 이상 늘었다.

내년도 사업 중에서는 ICT장비 구매 사업이 특히 늘었다. 올해 예정치 대비 21.7% 늘었는데, 컴퓨팅장비 구매에 전체의 78.4%인 1조176억원이 편성됐다. 네트워크 장비 및 방송장비 구매에 각각 2324억원, 477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SW사업 예산은 3.2% 증가했다.

전체 사업 규모가 증가하는 데 비해 정보보호 관련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끈다. 내년도 공공부문 정보보호 사업 규모 예정치는 6178억원이다. 올해 예정치인 6064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취임 이후 줄곧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결과다.
2023년 공공 정보보호 사업 수요예보 결과.
2023년 공공 정보보호 사업 수요예보 결과.

과기정통부는 2020년부터 SW·ICT장비 구매 사업 중 직접적인 정보보호 관련 제품·서비스 구매 예산을 조사해 발표해왔다. 2020년 발표한 2021년 정보보호 관련 제품·서비스 구매 예정치는 6046억원이었는데, 이듬해에는 6064억원으로 0.2% 늘었다. 2년 동안 전체 사업 예정치는 16.3%, 정보보호 사업 예정치는 2.1% 증가했다.

다만 수요예보에서의 예정치가 낮다고 해서 실제 공공에서의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상 SW·ICT장비·정보보호 사업의 확정치는 예정치 대비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는 SW·ICT장비·정보보호 사업에 6조584억원이 확정됐다. 예정치 대비 12.6% 높다.

특히 정보보호 예산은 예정치와 확정치의 편차가 더 크다. 2022년에는 7411억원으로 예정치보다 22.2% 많이 편성됐다. 2021년에도 6939억원으로 예정치 대비 14.7% 늘었다. 내년도 역시 발표된 것에 비해 확정되는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예정치가 낮다는 것은 공공에서 당초 전략 수립에 정보보호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나중에서야 부랴부랴 관련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보안을 전제한 개발, 시큐리티 바이 디자인 (Secure by Design)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정보보호는 뒷전으로 여긴다는 비판이다.

또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수요예보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예보는 정부 정책과 기업의 경영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되는데, 기업으로서는 확실치 않은 수요예보 탓에 확정치가 발표되는 3월경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도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만큼 정부의 사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발표된 예정치를 전해 듣고는 ‘말뿐이었나’ 하고 실망했는데, 뒤늦게 예정치와 확정치의 오차가 크다는 걸 알았다”며 “수요예보가 더 정확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확정치에서는 정보보호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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