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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터리시장 韓 독무대? 낙관론 경고…‘곳곳에 지뢰’ IRA 가이드라인 촉각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2023년 IR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뛰어난 기술력과 함께 미국 현지 제조시설을 중심으로 한국의 2차 전지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낙관론이 최근까지 넘쳐났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몇몇 불확실성 때문에 그런 낙관론은 아직 위험하다”는 경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 최종 확정되지않은 ‘IRA 세부 가이드라인’에 위험요소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의 배터리 광물 및 제조 규정과 관련한 적용 시기를 내년 1월에서 3월로 연기했다. 보다 세밀한 내용을 담은 IRA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때문이다.

◆IRA 세부 가이드라인 난항, 뭐가 문제인가?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IRA 규정상에서 ‘전기차(EV) 배터리 요건’을 정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

당초 미 IRA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세제혜택)을 온전히 누리기위해서는 ▲북미지역에서 전기차를 제조할 것 ▲전기차(EV) 배터리의 핵심 광물(원료) 및 제조 요건 ▲차량 가격 기준 ▲구매자의 연소득 기준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특히 EV 배터리를 구성하는 니켈 등 핵심 광물이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40% 이상 추출 또는 가공돼야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50% (3750달러)로 보조금 혜택이 제한된다. 이 규정은 EV 배터리 제조에 있어 당초 중국산 광물을 견제하기위한 차원이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EV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로 한정했을 경우, 과연 미국이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 남게된다고 지적하고있다.

‘미국’내에서 광물을 조달할 수 없다면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하는데, 현재로선 이 부분이 불확실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FTA 국가가 아니라 동맹국의 의미"라고 해석의 범위를 넓혔고, 이 때문에 기존보다는 규정이 완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IRA ‘제조’ 규정의 경우도 북미지역에서 최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부여하는 공정을 통해 EV 배터리를 제조하지 않으면 역시 50%의 보조금 혜택이 제한된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를 비롯한 국내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은 이 ‘제조’ 규정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일견 큰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전날(20일) ‘미 IRA 가이드라인과 EV 배터리’와 관련한 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배터리 제조’ 조건에 있어 예상할 수 있는 몇가지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EV배터리 ‘제조’규정은 다시 ‘첨단 에너지 프로젝트 크레딧’(Advanced Energy Project Credit, 이하 ‘AEPC’)과 ‘첨단 제조생산 크레딧’(Advanced Manufacturing Credit, 이하 ‘AMPC’)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먼저, ‘AEPC’는 EV배터리 제조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온실가스를 20% 이상 줄이는 시설을 갖춘 시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로 여기에 100억 달러의 세제혜택이 명시돼 있다.

반면 ‘AMPC’는 특별한 세제혜택 규정이 없다. 즉, 미국내에서 EV배터리를 일정 규모이상 양산할 경우에는 모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실제로도 일본의 파나소닉이 이 ‘AMPC’ 조항에 따라 세후 손익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지난 11월 20%에 가까운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파나소닉은 미국 네바다주에 약 39 GWh 규모의 캐파를 이미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IRA 발효 첫해부터 연간 13억 달러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삼성증권
<자료>삼성증권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미국에 EV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면 세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앞서 미국 예산처는 ‘친환경 제조시설’에 오는 2031년까지 총 368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이와관련 삼성증권은 “IRA 세부 가이드라인에서 ‘AMPC’와 관련한 해당 부품별 예산안이 명시될지 알기는 어렵지만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투자 선언만 가지고 해당 세제 혜택을 온전히 누릴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에도 해당된다.

특히 삼성증권은 ‘AMPC’ 조건을 충족하려면 '북미'가 아닌 '미국내' 시설에서 생산돼야 한다고 명시된 것도 지적했다.

‘AMPC’는 ‘자국(Domestic)내 생산’을 전제하고 있으니 캐나다나 멕시코에서의 EV배터리 생산 시설은 해당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 규정도 내년 3월 IRA 세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매듭지어져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中업체도 미국 현지 생산 가능… “IRA에 특별히 中 업체 반대한다는 규정없어”

그동안 IRA가 실행에 옮겨지면 CATL 등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고, 대신 한국의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어디까지나 IRA는 친환경 에너지 경제를 구축하기위해 미국내 제조시설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임을 상기시켰다.

이른바 ‘해외 우려 국가’(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 조건 때문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IRA법안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진출을 막는 문구가 명시된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북미 현지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설 경우, 해당 배터리를 채용한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최소한 3750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실제로 이와 관련해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중국의 CATL과 합작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구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IRA법안 하의 세제 혜택을 최대한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포드차와 CATL의 배터리 합작사의 지분 구조도 포드차가 100% 보유하는 전략이며 CATL은 배터리의 제조 및 운영만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북미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배터리업체들을 미국 본토로 끌여들여 전기차 생산 뿐만 아니라 IRA상의 배터리 제조(AMPC) 혜택까지 챙기면서 가격 경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성증권은 “만약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미국 EV배터리 시장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하던 투자자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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