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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가통합망③]사업타당성 재조사에 관심 집중

김재철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은 2005년 9월까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망 구축에 들어갔다.

2005년 연말 시작된 시범사업은 기존에 서울·광주·대구·대전부산에 구축돼 있던 경찰청망을 기반으로 서울·경기권에 테트라망을 구축했으며, 이어서 서울·경기 전역에 망을 구축하는 1차 확장사업이 지난해 12월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 2월 감사원이 통합지휘무선통신망 구축 실태와 관련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발표하면서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감사원 보고서는 ▲사업추진 방식의 적정성 ▲사업의 경제성 ▲사업목적 달성 가능성을 중심으로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사업계획 단계나 경제성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KDI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국가통합망 사업의 타당성을 재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나 학계에서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 가운데 유의미한 것들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통신기술의 특성이나 국가통합망 구축의 취지 등과 관련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일기종 시스템 도입, 독점의 가능성 = 감사원은 ‘무선통신시스템의 경우 업체 별로 특성이 있어 연동·대체하기 어려우므로 사업계획 단계에서 경쟁유도·연동성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했으나,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 특정기업 독점에 따른 예산낭비와 기술종속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감사원은 “디지털TRS(테트라)가 유럽의 개방형 표준이기는 하지만, 벤더의 시스템이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을 한 업체에서 공급해야 한다”며,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한 뒤 사업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호환이 되지 않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표준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제조사 고유의 프로토콜 등 핵심 기술 부분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히 호환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감사원 보고서는 현재 루마니아에서 두 개 공급업체의 장비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지만,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앞서 독일·룩셈부르크·벨기에가 테트라 국제호환성 기준에 따라 복수 벤더의 시스템연동 테스트를 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기종 연동 불가능” 의견 지배적 = 통합망 분야의 한 전문가는 “이기종 장비 간 연동성을 확보해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 환경 상 이기종 장비를 도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모두 단일기종으로 국가통합망을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가통합망의 특성상 마냥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완벽한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기종 장비를 도입했다가 긴급상황에서 장애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이 지적한대로 소방방재청이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통신망 구축의 기본설계에 해당하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사전에 수립하지 않고 진행한 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방재청이 ISP와 1차 확장사업을 동시에 한 것은 잘못지만, 부분적인 문제라고 봐도 된다”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활용할지 업무를 정의하는 BPR과 표준운영지침(SPO)가 제대로 안 된 것이 더 문제다. 향후 이 부분이 보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비용 5000억원, “경제성 낮다” = 감사원의 지적 가운데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사업을 추진하기 전 타당성 조사에서 예상됐던 것보다 실제 훨씬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에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은 약 7826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감사원은 1조 3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는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에 설치돼 있는 무선통신설비와 테트라를 호환시키는 데 5000여억원이 들 것이라는 예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건물 세 곳의 지하에서 기존 무선통신설비와 통합망(테트라네트워크) 간의 통신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으며, 결국 기존 설비들을 국가통합망과 같은 800MHz 주파수 대역으로 개량하는 데 이 정도의 추가 금액이 들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지하 무선통신설비와 통합망의 호환성을 확보하는데 예상치 않았던 막대한 금액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는 가정 아래, 국가통합망 구축의 사업타당성이 0.67 정도로 추산돼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노후된 기존 케이블이 문제, 사업타당성 ‘1’ 넘어 = 하지만 최근 KISD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통합망과 지하 무선통신설비를 연동하는 비용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ISDI 김사혁 연구원은 “감사원이 테스트를 했던 건물들은 점검 결과 모두 케이블이 끊어져 있었다”면서, “이를 복구하고 다시 테스트를 했더니 별도의 장치가 없어도 통신이 연결됐다. 다섯 곳을 테스트했는데 지하 층의 깊이, 넓이, 케이블 종류가 다른 곳들이었지만 통신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사혁 연구원은 “지하 음영지역 문제는 감사원이 매우 잘 지적한 것”이라며, “하지만, 건물 지하의 케이블이 정상인지 확인하고, 기존 설비의 신호감도를 높이는 장치가 있는 경우 이것만 떼어 내면 통신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같은 실험 결과를 고려하면 연면적 1000㎡ 이상의 건물에 위의 사항들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최소 3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정도만 추가로 투입하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사업타당성이 1은 넘을 것”이라는 게 김사혁 연구원의 예상이다.

현재 KDI는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국가통합망 구축을 타당성을 재조사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11월 말에 마무리돼 보고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KDI는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중심으로 타당성 재조사를 한다는 입장이며, 시범사업과 1차 확장사업을 평가한 소방방재청의 보고서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KISDI가 작성 중인 소방방재청의 보고서는 8월 말 즈음에 나올 예정이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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