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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가통합망②]국가재난망 구축 ‘미룰 수 없는 과제’

김재철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국가통합망)은 일상적인 업무에도 사용이 되기도 하지만, 재난에 대비해 안정된 통신망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사실상 ‘국가재난통신망’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은 재해·재난 또는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상황을 신속히 전파하고, 재난 구조와 재해 복구에 있어 관련 기관 사이에 완벽한 공조체계를 제공하고자 나라 차원에서 통합운용할 수 있는 무선통신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홍수·지진·화재와 같은 재난, 재해 또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경찰·소방과 같은 구조기관 및 재난관리기관 사이에 무선통신을 일원화함으로써 일사불란한 지휘통제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05년부터 전국 단위의 무선통신망 구축이 시작됐다.

2002년 6월 감사원이 ‘안전 및 재난 관리실태’ 감사를 하면서 대규모 재해·재난 현장에서 일원화된 무선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지휘무선통신체계 확보방안’을 마련하도록 국무조정실에 통보한 것이 범국가 차원의 재난통신망을 고민하는 출발이었다. 

◆일반 통신수단, 긴급상황시 한계 분명 = 그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과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겪으면서 국가 차원의 재난통신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부분이 ‘3자 통화’였는데, 지하철의 경우 각 열차 기관사와 사령실 간에만 통화가 됐을 뿐 각 열차 간, 경찰·소방 등 관련 조직 간에 통신이 되지 않다 보니 뒤쪽의 열차가 불이 난 승강장에 연이어 들어오는 등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일어난 태풍 루사 및 매미와 관련한 한 통계에서도 안정된 통신을 보장하는 재난통신망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2002년 8월 발생한 태풍 루사의 경우 유선전화 36만 3879회선, 휴대전화 기지국 2209개소에서 통신두절이 있었으며, 2003년 9월의 태풍 매미 때도 통신두절 건수가 유선 25만 1731회선, 이동전화 기지국 2301개소에 달했다.

◆공공기관 별 무선통신망, 사용자 불만 적지 않아 = 이러한 통계는 재난 시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통신수단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각 공공기관들이 별도로 구축해 쓰고 있는 무선통신망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6년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무선통신망을 운영하고 있는 247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통신체계, 즉 재난대응 통신운영 표준 절차(SOP) 부재(29%), 통화커버리지 부족(29%), 잡음 및 혼신(34%) 등이 가장 큰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선통신의 기능 부족(19%), 설비 노후화(13%) 및 통화 절단(12%)과 관련된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매년 자연재해나 대형화재가 발생해 이를 복구하는 데 평균 2조원 가량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방방재청 출범 이후, 재해율이 적지 않게 줄어든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재해시스템의 부재와 예산 부족 등으로 선진국 수준의 방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계속 제기됐다”고 말했다.

◆안정된 비상통신체계 구축의 효과 = 따라서,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에서 관련 기관들이 최대한 발빠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국가적인 재난시 관련 기관들 사이에 확실한 통신연동을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비상대처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국가 재난통신망의 구축은 비상시 대처능력을 높여주는 것 외에도 “관리·기능 구현의 용이성, 교육의 편의성, 주파수 자원의 효율성 강화 등 여러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또,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 재산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함으로써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외국투자자들의 투자의식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고,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느냐 하는 점이 한 나라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9.11 사태 vs 런던지하철 테러 = 범국가 재난통신망의 이와 같은 필요성을 인식한 나라들에서는 전국 단위의 광범위한 무선통신망을 구축, 재난·재해에 대비하고 있다. 

한 예로 영연방(UK)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을 갖춘 나라로 약 700개의 기지국에 25만개의 단말기를 갖추고 있다. 경찰·소방 및 구조기관·앰뷸런스·NHS보건기구·국방부 및 군·항공/산악구조대·왕립공원경찰·교도행정기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 망을 사용한다.

특히 영연방의 경우 경찰 헬리콥터와 지상의 근무자들 사이에도 이 망을 이용해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홍콩의 경우도 최대 공공기관인 경찰이 홍콩 전역을 아우르는 무선지휘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매일 1만 건의 응급전화에 대응하는데, 도심에서는 9분 안에, 그 밖의 전 지역에서도 15분 안에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홍콩 경찰의 설명이다.

쓰나미·지진·태풍 등 자연재해의 피해가 심한 일본은 일찍부터 범국가 차원의 방재행정무선통신망을 구축, 운용해왔다. 히자만 재난대응기관들 사이에 통신이 안 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트래픽이 폭주했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 재난망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1년 미국 뉴욕의 9.11 사태와 2005년 7월 영국 런던의 지하철 테러는 재난통신망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9.11 사태는 심각한 무선통신 장애와 소방-경찰 간의 통신 부재 및 협업의 엇박자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런던 지하철테러 때는 국가통합망을 이용해 유관기관들이 안정된 통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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