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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토리①]군대에서 탄생한 벤처정신, 웹2.0을 만나다

심재석

-[특별기획/내일을 향해 뛴다…′새내기 벤처 스토리′]①시루스 황룡 대표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이 사라지고 있고, 벤처업계는 틔울 만한 싹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국가적인 위기로 연결될 것이다”

안철수 의장(안철수연구소 이사회)은 지난 5월 3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이렇게 말했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젊은이들의 도전의식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삶을 위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입하는 모습에서 미래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찾을 수는 없다. KAIST에 다니면서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창업에 나서는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의 아이템도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가 아니라 외식, 커피전문점, 인터넷 쇼핑몰, 옷가게, 택배 등 자영업이 돼 가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의 자영업 열기는 외환위기 직후 퇴출된 실직자들이 퇴직금을 들고 뛰어든 창업 행렬과 닮았다는 지적이 많다.

불과 10년 전 국내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제2의 안철수’를 목표로 벤처기업 창업을 꿈꿨던 시절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트, 구글, 애플, 델,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안철수연구소, 한글과컴퓨터를 만든 것은 공무원 정신도 자영업 정신도 아닌 ‘벤처 정신’이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경제가 힘들어지는 현재,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벤처 부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한국의 젊은 벤처 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앞으로 소개할 벤처 기업가들은 사실 '기업가'라는 말이 아직은 무색한 초짜 사장님들이다. 어른들이 볼 때는 철 없는 애들의 위험한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들은 지금 마이크로소트와 구글을 꿈꾸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이렇게 시작했다.

때문에 이 릴레이 인터뷰는 그들의 꿈에 대한 찬양가이자, 격려문이다.

첫 번째 추인공은 음악 콘텐츠 공급 사이트 블레이어(www.blayer.co.kr)를 운영하는 시루스 황룡 대표다.  [편집자 주]




대학생 황룡(25, 사진 왼쪽)씨가 ‘블레이어’라는 인디음악 콘텐츠 공급 사이트를 기획한 곳은 군대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군바리(?)들의 숙제인 ‘제대 이후 먹고 살 거리’ 고민 속에서 블레이어가 탄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연은 아니었다. 황 대표는 어려서부터 벤처 창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벤처 창업을 꿈꿨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벤처창업을 위해 이론적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벤처기업은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해서 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다만 아이템이 문제였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애견 직거래 사이트, 애견 코스프레 브랜드 등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이 아이템들은 교수님과의 상의해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군대부터 마치자’는 생각에 입대했다.

입대 이후 웹2.0, 롱테일 등의 책을 접하고, 이런 저런 기획 끝에 ‘블레이어’를 창안했다.

“처음에는 악랄한(?) 음악서비스를 기획했었어요. 윈앰프 방송으로 저작권법망을 피할 방법이 있더라구요. 이것은 저 혼자 수익을 얻는 모델이었어요. 그런데 저의 멘토 역할을 하지는 분이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가지않으면서 수익을 얻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가거나, 프로모션이 되도록 사업모델을 만들어 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여러 웹2.0 관련 책들을 읽고 블레이어 모델을 생각해 냈습니다”

블레이어 서비스는
블레이어(www.blayer.co.kr)는 인디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을 다른 사람의 블로그나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쓸 수 있게 해 대중들과 접점을 넓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인디음악을 즐기고 싶은 이용자는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스킨을 설치해 언제든 들을 수 있다.

 황 대표는 제대한 바로 다음날 사무실을 만들고, 창업에 착수했다. 사이트 개발은 추후문제였다. 우선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대형 음반사나 기획사에서 자신에게 콘텐츠를 줄 리 만무했다.

“블레이어가 처음부터 멜론(www.melon.com), 도시락(www.dosirak.com) 등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보유하지 않은 음악 콘텐츠를 확보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인디 뮤지션들을 공략키로 했다. 세계적인 마케팅 이론가인 잭 트라우트의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지 말고,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라’는 지적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인디 음악가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음악가들을 설득해 저작권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되는 음악가들만 접촉해 콘텐츠의 질을 유지했다. 인디음악 분야에는 음악 시작한 지 한 달 된 사람부터 초고수까지 음악가들의 수준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해 12월 하나포스(www.hanafos.com)와 계약하는 성과를 얻었다. 현재 하나포스 앤유(andu.hanafos.com)에서 동영상에 음악을 첨가할 때 블레이어의 콘텐츠를 사용한다.

블레이어 서비스가 오픈한 지는 이제 3개월 됐다. 아직은 일정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트래픽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직 수익모델을 실현하고, 음악가들과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또 인디음악를 넘어 모든 음악을 공급하는 사이트로 성장해야 한다.

“인디음악으로 시작했지만, 목표가 인디는 아닙니다. 제가 기획한 비즈니스 모델, 수익모델을 처음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이 인디음악 시장이기 때문에 인디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수익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오버그라운드 음악도 다룰 예정입니다.”

아직 블레이어의 성공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저작권의 제약에서 자유로운 음악을 삽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레이어는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서비스가  평범한 서비스보다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다.

한편 황 대표는 인디 음악가들이 새로운 음악을 퍼블리싱 할 수 있도록 넝쿨이라는 서비스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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