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노무현과 IT①] 인터넷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

심재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IT와 가장 가까운 대통령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3일 새벽 봉화산에 오르기 전 PC에 유서를 남긴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IT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고, 대통령 재임시에도 포털 정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었다. 최근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도 5년이나 빨랐다.

기존 유력 정치인들에 비해 조직력이 약했던 노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서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 

 

지난 2002년 12월19일,  제 16대 대통령선거 투표 당일,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로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도 네티즌을 통한 선거 독려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또 기존 언론에 대한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소견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유권자와 소통하는 전략을 택했다.

 

 ‘노하우’라는 노 전 대통령의 개인 홈페이지는 이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2~3년 전에 IT업계의 화두가 됐던 UCC(손수제작물)도 노 전 대통령은 6~7년 전에 이용했다. 노무현 라디오라는 인터넷 개인 방송국을 열어 각종 정책과 선거에 대한 홍보를 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선 된 이후에도 인터넷을 자주 이용했다. 보좌관들의 보고서에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달기도 했고, 신문도 인터넷을 통해 읽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개발된 전자 결재 시스템인 '이지원'에 남아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흔적을 보면 오전 2, 3시에 결재하고, 오전 5시에 댓글을 단 문서가 종종 눈에 띈다고 한다.

재임 중에는 수차례 '국민에게 드리는 글', '당원동지에게 드리는 글' 등 편지를 인터넷 상에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의 인터넷 사랑은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내려간 이후 ‘민주주의2.0’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노 전 대통령의 개인 사이트가 아니라 일종의 토론 사이트였다. 인터넷을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이룩하고자 하는 그의 꿈이 퇴임 후에도 드러난 것이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노공이산’이라는 아이디를 통해 평범한 네티즌으로 활동했다.

그는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 구속된 이후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것도 인터넷이었다.

 

그는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에서 “이제 저는 민주주의나 진보,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었다. 더 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으며,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저를 여러분이 버리셔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이나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르겠지만, 그가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소통의 도구로 부상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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