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햇볕정책·남북경협…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이정표

김재철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향년 8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그 누구도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숱한 박해와 위기를 겪으며, 역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얘기할 때 남북의 화해·평화 무드를 급진전시킨 햇볕정책과 남북경협을 빼놓을 수 없다. 

◆햇볕정책, 최초의 남북 평화·공존 정책 =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이전까지 보수 정권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남북대립의 기조를 버리고 새롭게 추진한 햇볕정책은 남과 북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협력의 기초를 마련함으로써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햇볕정책’이라는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4월 3일 영국 런던대학교 연설에서 이솝우화를 인용,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드는 것은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햇볕정책을 통해 국민의 정부는 ‘경제협력 활성화 조치’를 단행, 대북 투자제한 업종 최소화 및 대북 투자규모 제한을 완전 폐지와 같은, 남과 북 사이의 경제협력에 장벽이 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구사했다.

남북한 비료협상, 정주영 명예회장의 북한 방문, 금강산 관광개발사업, 개성공단 설립 등 남과 북 사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련의 조치들도 햇볕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물들이라 할 수 있다.

 

◆남북경협, 개성공단·IT협력 등 공존·통합의 모델 제시 =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무엇보다 남과 북 사이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조치들을 시도하고 안착시킨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신년사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성 및 국책연구기관 간 협의를 제안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민족 내부의 협력을 연구하고 제안했다.

특히 개성공단으로 대표되는 남과 북의 실질적인 경제협력 모델은 남측의 자본과 북한의 자원·노동력이 만나 경제적으로 윈-윈했다는 1차적인 결과물을 넘어,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부대낌으로써 함께 발전하고 또 하나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시작된 경제협력은 이후 IT 업계에서 ‘IT 남북경협’으로 부르는 여러 협력 모델들을 만들어냈다. 컴퓨터 모니터, 게임,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이 진행됐다.

기초 과학에 강한 북의 인력들과 응용 분야에 강한 남의 IT업체들이 협력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경제협력을 넘어 남과 북의 공존과 통합이 어떤 방식으로 추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남과 북의 관계가 긴장 일변도로 급변하고, 개성공단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 속에서 평생을 ‘공존’과 ‘평화’라는 철학 속에 남과 북의 통합을 꿈꿨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남북의 관계 진전을 바라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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