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초고가 이어폰 비싼 이유가 있다?

이대호 기자


‘그들만의 리그’, 초고가 이어폰 세계를 설명하기엔 더 이상 적절한 말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저렴한(?) 모델을 찾자면 20만 원대 이어폰도 있다. 50~60만 원대는 적당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5천원에 이어폰을 사서 부담 없이 쓰던 이들은 되물을 것이다. “이어폰이 그 나물에 그 밥이지, 혹시 금으로 만든 거 아니야?” 금으로 찍어낸 이어폰은 물론 아니다. 겉모양도 우리가 흔히 쓰는 이어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어폰에 60만원이라는 금값이 매겨지게 됐을까?

이어폰의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단히 말하면 손가락 한마디 크기정도인 이어폰 유닛(Unit)안에 초소형 스피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전문 음향업체 슈어(www.shure.com)의 SE530 모델은 스피커 유닛이 하나인 저가 이어폰과 달리 한쪽에 3개씩, 총 6개의 유닛이 내장돼 중·고음역과 저음을 각각의 유닛이 따로 담당해 소리를 보다 풍부하게 들려준다. 슈어의 한국 총판인 삼아무역(www.samasound.co.kr)에서 공급하는 가격은 62만원.

이렇게 소리를 나눠 내는 방식을 대부분의 고가 이어폰이 채용하고 있으며 소리의 배합을 조절하고 음색을 다듬는 정도에 따라 이어폰 브랜드마다 가지는 특유의 소리가 난다.

삼아무역 영업부 장호암 과장은  “50~60만원에 달하는 모델은 저가 이어폰과 태생 자체가 다르다”며 “이런 제품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업체가 물적 자원과 기술력 투입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만원이 넘는 이어폰은 일반적인 비닐진동판이 아닌 금속진동판이 들어간다. 아마추어 트랜스듀서 드라이버라고 불리는 이 같은 방식은 비닐진동판에 비해 음의 해상도와 분리도 그리고 섬세함이 앞선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가다. 습기만 피한다면 금속진동판의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로지텍코리아(www.logitech.co.kr)가 국내에 공급하는 얼티밋이어즈(Ultimate Ears) UE700 모델도 금속진동판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올 7월초에 출시돼 현재 200여개가 팔린 상태다. 가격은 29만 8,000원으로 이 같은 고가 모델이 한 달에 100개가 넘게 팔리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음향장비 전문판매몰인 사운드캣(www.soundcat.com)이 로지텍 이어폰의 국내 공식 공급계약사로 얼티밋이어즈 외에도 국내에 공급하는 고가 이어폰의 대부분 브랜드를 다루고 있다.

사운드캣 장원이 대표는 “고등학생들도 한반에 1~2명은 10만 원 이상의 고가 이어폰을 쓰는 추세”라며 “음악을 듣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가 이어폰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사운드캣은 2007년 초부터 커스텀 이어폰을 다루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커스텀 이어폰이란 용어도 국내에선 생소하던 때였다. 2008년부터 전문 음악인과 마니아층에서 커스텀 이어폰 주문이 점차 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장 대표는 “180만원에 달하는 UE11 Pro 모델의 누적 판매개수가 100여개”라며 “가수 박효신씨와 박용하씨 그리고 조성모씨 등이 해당 모델을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스텀 이어폰은 제작을 위해 우선 사용자의 귓본을 떠야 한다. 완성된 귓본은 미국의 이어폰본사로 보내 최종 제품을 주문자가 받기까지 4~5주가 걸린다. 귀 모양을 본떴기 때문에 일반 이어폰과 모양이 다르며 착용법도 귓구멍에 꽂는 방식이 아니라 이어폰 전체를 귀에 밀착시키는 방식이다.

또 장 대표는 “UE11 Pro는 한쪽에 스피커 유닛이 4개씩, 총 8개를 갖췄다”며 “거치형 스피커 시스템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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