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관심 집중, 왜? ...IBM 메인프레임 때문에

백지영 기자

-"저축은행이 웬 메인프레임?" 업계 갸우뚱

- 블레이드 서버를 주전산시스템 채택한 제일저축은행과 극명한 대조로 더 관심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올해 하반기 들어 국내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차세대시스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전산시스템으로 IBM 메인프레임을 적용한 저축은행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심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다.


그러나 "대형 시중 은행들도 고비용 때문에 메인프레임을 탈피한지가 언제인데, 규모가 훨씬 적인 저축은행이 웬일로 메인프레임이냐?"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 아직까지는 주를 이루고 있다.


자산규모, 고객수, 계좌수, 초당 거래수 등에서 저축은행은 시중 은행의 그것과 비교가 불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16일 관련업계 및 한국IBM에 따르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재 구축 중인 통합정보시스템에 리눅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z 10’ 1대를 도입·구축 중이다.


이와 관련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속도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기존 유닉스 시스템을 대체할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10월에 한국IBM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계정계 부문에도 IBM의 유닉스 서버를 사용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운영할 수 있는 IT예산의 제약와 운영인력의 문제때문에 IBM 메인프레임과 같은 고성능-고비용이 소모되는 시스템 구축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관련 금융IT업계에서는 "저축은행 규모의 수준에서 IBM 메인프레임과 같은 고성능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적합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평가.  


당장은 어떻게 저렴하게 도입했을지 모르겠지만 향후 유지보수 비용 역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최근 한국IBM의 경쟁사들 일각에서는 심지어 '한국IBM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메인프레임을 무상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한국IBM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의 IT투자비용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고, 또한 한국IBM도 신규 메인프레임 고객 창출이 급한 상황에서 이번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사례는 정황상 여러가지 정치적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지난 수년간 한국IBM은 국내 금융권에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사를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기존 고객을 지키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따라서 한국IBM으로서는 이제 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는 저축은행업계를 대상으로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할 수 있다.


어차피 차세대시스템 시장이 끝난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메인프레임 신규 확보가 어렵다면 규모가 영세한 저축은행쪽으로라도 눈을 돌려보자는 게 한국IBM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어떻게해서라도 확보해 보겠다고 하는 한국IBM의 조급증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시스템에 대한 규모의 적정성을 떠나,  금융 IT업계 관계자들의 눈에는 한국IBM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고사양의 메인프레임을 억지로 떠 안긴 듯한 모양새로 비쳐지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은 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이번 IBM 메인프레임 채택으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가장 고사양의 주전산시스템'을 갖춘 저축은행이 됐다. 


하지만 당분간 정작 금융IT업계와 시장의 관심은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의 성능 보다는 "(사용자가) 너무 버거워하지 않을까?"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메인프레임 채택은 최근 대형사인 제일저축은행이 차세대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블레이드 서버로 주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유지보수료 등 운영비용 측면에서 볼 때,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메인프레임이 에쿠스라면 블레이드서버는 마티즈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8월, 제일저축은행은 주전산시스템으로 미국 이제네라사의 블레이드 서버에 리눅스 OS를 탑재해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차세대시스템 개통은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에 구축된 블레이드 서버에는 프레임 하나당 24대의 서버가 집적돼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차세대를 진행 중인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성능과 확장성이 높아진 x86서버로도 시스템 구축 논의가 일고 있는데, 현대스위스가 메인프레임을 도입했다는 얘기에 조금 놀랐다”며 “마티즈 탈 형편에 리무진 타는 모양새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IBM은 저축은행이 운용할 수 있는 인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메인프레임 도입으로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내년에 구축할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기 위해 제안요청서(RFP)를 업체에 발송한 상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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