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추첩] 소탐대실(小貪大失)

윤상호 기자
- SKT, ‘초당요금제’ 도입, 명분과 실리 모두 얻어…KT·LGT, 결단내려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입는다는 뜻이다.

오는 3월1일부터 SK텔레콤은 이동전화의 10초당 과금 단위를 1초로 변경하는 ‘초당요금제’를 시행한다. 11초를 통화하든 19초를 통화하든 20초 요금을 내던 것을 딱 사용 시간대로만 받겠다는 것이 골자다.

‘초당요금제’는 그동안 요금 문제의 ‘뜨거운 감자’였다. ‘낙전 수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사용치 않은 시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해 통신비 부담을 늘어나게 한다는 비판이 여기서 시작됐다. 통신사들에 대한 비난은 SK텔레콤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이 5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진 시장 지배적 사업자여서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초당요금제’ 도입을 선언하자 요금에 민감한 시민단체, 사용자들도 여론에 민감한 정부, 방송통신위원회도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제 화살은 KT와 LG텔레콤으로 돌아갔다. 요금 문제에서 항상 수세적 입장이었던 SK텔레콤이 오히려 공격의 한 축을 맡은 셈이다.

사실 초당요금제 도입으로 사용자 개인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다. 전체 통신비용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마지막 1~9초, 통화당 최대 16.2원에 해당하는 부분이어서다. 개인당 월 최대 800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신적인 만족감의 부분이다. 명분이라는 소리다.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 역시 규모별로 차이가 있다. 2500만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은 연간 2010억원 정도의 매출 감소를 예상한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KT와 LG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이보다 적기 때문에 KT는 1200억원, LG텔레콤은 800억원 정도 손해를 볼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한 해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을 생각한 다면 ‘새발의 피’다.

KT와 LG텔레콤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사용자를 붙잡아 놓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요금은 기본이다. 당장이야 가입자가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브랜드 충성도는 떨어질테고 SK텔레콤이 비슷한 조건만 제시한다면 요금이 싼 곳으로 이동하지 않을 사용자는 없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