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프린팅/디바이스

난 왼손잡이, IT 제품은 오른손잡이용!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지난 주 게이밍 마우스·키보드를 판매하는 레이저가 왼손잡이용 마우스 레이저 데쓰애더 왼손잡이 에디션을 내놨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기존 레이저 데쓰애더 마우스에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썸(Thumb) 버튼이 마우스 왼쪽편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왼손잡이 에디션은 좌우 디자인을 바꿨던 것입니다.

보통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많이 사용하는 이들을 왼손잡이라고 합니다. 왼손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유전설, 교정설, 자연설 등 매우 다양한 설(設)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구 통계학적으로 볼 때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편견이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힘든 탓인지 숫자가 들쭉날쭉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10% 내외가 왼손잡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용운 작가의 저서 ‘왼손잡이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3.9%는 왼손잡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2003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자료입니다.

누군가는 어릴 적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다 부모님께 혼이 난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왼손잡이는 안 된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편견이 왜 생겨났는지에 관한 정확한 답변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방과 유행 등을 중요시 여기고 남들과 다른 것을 꺼리는 문화적 요인일 수도 있고, 배변을 돕는 부정한 손(인도 등)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가치관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다소 누그러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한국갤럽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령이 낮은 응답자일수록 자주 쓰는 손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교정하겠다는 답변이 높은 연령층보다 적게 나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영국 왼손잡이협회가 지난 1992년부터 매년 8월 13일을 ‘세계 왼손잡이의 날’로 정하고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왼손잡이의 어려움을 알려온 것이 어느 정도 통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왼손잡이들은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야합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오른손잡이용으로 설계·디자인되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대표적입니다. 모든 카메라는 오른손으로 쥔 채 셔터를 누를 수 있게 설계되어 나옵니다. 권총처럼 쥐고 영상을 촬영하는 산요의 캠코더 작티를 비롯해 소니의 핸디캠도 액정이 왼쪽으로 열리는 방식이라 왼손잡이가 사용하기에는 불편합니다.

TV와 모니터를 비롯해 노트북 등 대부분의 전원 버튼이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숫자키패드가 오른쪽에 달린 거의 모든 키보드는 어떻습니까. 좌우대칭형이 아닌, 오른손에 꼭 맞춘 마우스 제품은 왼손잡이가 쓸 수 없습니다(빌 게이츠가 왼손잡이인 타인지 MS 마우스는 좌우대칭형이 맣습니다). IT 제품이 아니더라도 가위로 뭘 자르기가 힘이 들고 따개를 이용해 통조림을 열기도 쉽지 않고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기 불편한 이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한 제조업체 CEO에게 왼손잡이에 특화된 제품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금형을 새로 떠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갈뿐더러 그만한 시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를 위한 제품이 틈새시장을 뚫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진우 얼리어답터 콘텐츠 팀장은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도 수그러들었고, IT 상품의 경우 왼손잡이를 위한 제품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미리 준비한 것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좌우대칭 디자인이 대부분 적용되는 휴대폰을 제외하면 왼손잡이를 위한 IT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한주엽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